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남은 짐은 누가 져야하노

커피앤레인 2010. 3. 16. 11:28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지만 아름다운 사진이라 잠시 빌려왔다. 

 

40124

2010/3/16

남은 짐은 누가 져야하노

 

 

 

 

 

제목은 잘 모르겠지만

나도 어느 산사에서 법정스님의 글을 한 두권은

읽어본 것 같았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글을 읽다보니

들풀처럼 참 순수하고 꾸밈도 없고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소박한게 영 사람의 마음을 멍석위에 올려 놓았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의 지론대로 마지막 가실 때에도

달랑 가사적삼 한벌만  걸친체

다비식을 하였다는데

 

 

수많은 불자들이 합장을 하는 가운데

스님 불 들어갑니다 .......................하고 

누구는 염불을 외우고

누구는 이 생의 마지막을 슬퍼하며 

그렇게 흐느꼈다니

세상의 어느 장례식이 이처럼 아름답고 장엄할까..................

 

 

해서 이 해인 수녀님 같은 이는

당신의 말대로 무소유의 모범을

친히 보여주셨다고 애통해 하셨나본데

암튼 큰 어른을 잃은 슬픔은 

불교만의 것도 아니고

천주교나 기독교의 것도 아니었지만

당신의 가르침은

회자정리라는 슬픔과 함께 우리모두에게

그 어느 것 보다 더 애잔하게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같은 범인들이

큰 스님을 선뜻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은

무소유를 몰라서도 아니고

강원도 어느 촌락의 그 단칸방의 조촐한 살림살이도 아니고

불꽃이 이글거리는 그 장엄한 다비식이 아니라

 

 

스님 역시 육신이시다 보니

당신이 원하셨던지 원치 않으셨던지 간에 

그 많은 병원비를 남겨 놓으셨다는데

그나마 그 누군가가 스님을 흠모하여

그 많은 병원비를 대납하였다니 다행이었지만 

만약에 우리같은 범인들이

스님처럼 그렇게 간다면

과연 그 많은 병원비는 누가 짊어졌을까.........................

 

 

해서 

조금은  핑계이기도 하고

조금은 생뚱맞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속세를 결코 떠나지 못하는 것은

육신의 짐 때문인데

 

 

물론

스님처럼 그렇게 훌륭한 분은

 그의 인세만으로도 그의 모든 육신을 

감당하고도 남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우리 같은 무지렁이 들은 

비가오나 눈이 오나 난장에서 일을 해야

입에 풀칠도 하고 자식도 기르고

그리고 마지막엔 보잘 것 없는 육신이나마

행여 남의 짐이 될까 이리저리 눈치를 보았는데  

 

 

그나마 법정스님은 그래도 참 행복한 사람같았다.

 

 

해서

사람마다 타고난 제 운명이 있듯이

짊어지고 가야할 짐 또한 다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스님 불 들어갑니다 ..............................하고

뭇중생이 슬퍼하는 가운데

그렇게 불꽃처럼 활활 탈 수 있을련지 그게 의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