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화가 추 지영 作
2010/3/14
호젓한 산길이 더 아름답다
동서대학교를 거쳐
잘 딱여진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저멀리 낙동강 하구언이 보였다.
해가 떨어질려면 아직도 시간이 제법 많이 남았는데도
산골 까마귀들은 마음이 조급한 모양이었다.
연방 까악까악 하고 울어대었다.
한데 가만히 보니 이 넘들이 몬가 신호를 하는게 분명했다.
해서 몇번이나 우는지 함 세어 봤더니
한넘이 까악 까악 하니까
다른 넘이 어디론가 날아가면서 까악 까악 까악 하면서
세번을 울어댔다.
한데 이내 또 한 넘이
까악 까악 까악 까악 까악 까악 까악 까악 하고
무려 여덟번이나 울어댔다.
그것 참 신기하네
넘들은 도대체 몬 말을 저렇게 하지 하고
다시 귀담아 들었더니
이번에도 세번을 연거푸 하더니
나중엔 네번 또는 다섯번
여섯번도 울고 일곱번도 울었다.
아마도 저거들 끼리는 몬가 통하는
그 무엇이 있나본데 .....................
도대체 몬 말을 그리 할까?
하긴 시내에 사는 비둘기도 우는게 다 다르더라마는
그렇다고 절마들도 저녁이 되었다고
설마 기도하러 가자하고 채근을 하는건 아니겠제.
오늘따라
구덕산 뒷자락을 탔더니 산길이 너무 호젓했다.
해서 온 김에 산골 아짐씨 얼굴이나 함 볼까하고
가게 앞을 기웃거렸더니 왠 늙수레한 남자 셋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니 이 저녁에 오데 갔나오노
/오데 갔다오긴
산이나 타 볼까 하고 한참 걸어 왔구먼 뭐
그나저나 어디 아팠우 와 얼굴이 홀쪽한데
/아니다
/ 몇번 와도 문을 잠가두었던데
/그런 일이 좀 있었다.
/그런일? 그런 일이 몬데...... 몬 좋은 일이라도 있었오
/내가 많이 아팠다 아이가
/아 그래서 문을 닫았두었구나 그래 어디가 아팠는데
/실은 내가 아픈게 아니고 울 영감이 갔다 아이가
/가? 어딜가?
/천국에 갔다 아이가
/천국 ? 그 영감 예수도 안믿었잖아 .
/그래도 하늘나라로 갔으니 천국이제
/그건 맞네
/근데 인생 참 허망하더라이
갈려고 그러니 금새 가버리데
/그걸 이제 알았우? 그나저나 어떻게 갔는데 ?
/그냥 어지럽다 하더니 그 길로 소롯이 가버리데
/아 그랬구나 근데 이제 혼자 외로버서 우찌사노
/외롭긴....... 좋기만 하구먼
이 놈의 영감쟁이 맨날 과부하고 눈이 맞아 바람만 피우더니 잘 갔지 뭐
그래도 죽고나니 인생이 불쌍터라이
/하긴 다 그렇지 뭐
살아있을땐 저 넘의 영감탱이하고 죽으라고 욕을 하지만
막상 죽고나면 지도 인생인데
얼마나 살려고 그랬을까 하고 생각하면 불쌍치
그나저나 앞으로 영감이 없으면 엄청 허전할건데 우짜노
/허전하긴 .............................모가 허전하노
간섭 안받고 좋지
/그래도 아쉬운게 많을건데
암튼 손이 아쉽거든 말하소 내가 장작이라도 패 줄게
/힘이나 있나 ?
/힘? 내가 있는 게 뭐가 있겠오 남아있는 거라고는 힘 밖에 없는데
/몰라?
저녁예불이 시작되었는지 종소리가 들렸다.
/저녁 예불 시간인가베
나도 갈라요 찻값 이나 받으소
/마 그냥가라
/ 그냥 가긴 뭘 그냥 가 .......................
영감도 없는데 돈이라도 부지런히 벌어야지
/자주 좀 오기나 해라 찻값은 도로 집어넣고
/마 됐거든요 여기있오 .................잔돈은 팁이다여
/팁도 주나 ?
어두운 산골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머리가 조금씩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맨날 바람 피운다고 저 인간 저거 안죽나 하고 그렇게 미워하더니만
막상 죽고 나니 그게 또 안그렇는가 보다.
해서 인생을 공수래 공수거라고 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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