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호젓한 산길이 더 아름답다

커피앤레인 2010. 3. 14. 12:21

 

여류화가 추 지영 作

 

40122

2010/3/14

호젓한 산길이 더 아름답다

 

 

 

 

동서대학교를 거쳐

잘 딱여진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저멀리 낙동강 하구언이 보였다.

해가 떨어질려면 아직도 시간이 제법 많이 남았는데도

산골 까마귀들은 마음이 조급한 모양이었다.

연방 까악까악 하고 울어대었다.

한데 가만히 보니 이 넘들이 몬가 신호를 하는게 분명했다.

 

 

해서 몇번이나 우는지 함 세어 봤더니

한넘이 까악 까악 하니까  

다른 넘이 어디론가 날아가면서 까악 까악 까악 하면서

세번을 울어댔다.

한데 이내 또 한 넘이

 까악 까악 까악 까악 까악 까악 까악 까악 하고

무려 여덟번이나 울어댔다. 

 

 

그것 참 신기하네 

넘들은 도대체 몬 말을 저렇게 하지 하고

다시 귀담아 들었더니

이번에도 세번을 연거푸 하더니

나중엔 네번 또는 다섯번 

여섯번도 울고 일곱번도 울었다.

아마도 저거들 끼리는 몬가 통하는

그 무엇이 있나본데 .....................

도대체 몬 말을 그리 할까?

 

 

하긴 시내에 사는 비둘기도 우는게 다 다르더라마는

그렇다고 절마들도 저녁이 되었다고

설마 기도하러 가자하고 채근을 하는건 아니겠제.

 

 

오늘따라

구덕산 뒷자락을 탔더니 산길이 너무 호젓했다.

해서 온 김에 산골 아짐씨 얼굴이나 함 볼까하고

가게 앞을 기웃거렸더니 왠 늙수레한 남자 셋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니 이 저녁에 오데 갔나오노

/오데 갔다오긴

산이나 타 볼까 하고 한참 걸어 왔구먼 뭐

그나저나  어디 아팠우 와 얼굴이 홀쪽한데

/아니다

/ 몇번 와도 문을 잠가두었던데

/그런 일이 좀 있었다.

/그런일? 그런 일이 몬데...... 몬 좋은 일이라도 있었오

/내가 많이 아팠다 아이가

/아 그래서 문을 닫았두었구나 그래 어디가 아팠는데

/실은 내가 아픈게 아니고 울 영감이 갔다 아이가

/가? 어딜가?

/천국에 갔다 아이가

/천국 ? 그 영감 예수도 안믿었잖아 .

/그래도 하늘나라로 갔으니 천국이제

/그건 맞네

/근데 인생 참 허망하더라이

갈려고 그러니 금새 가버리데

/그걸 이제 알았우? 그나저나 어떻게 갔는데 ?

/그냥 어지럽다 하더니 그 길로 소롯이 가버리데

/아 그랬구나 근데 이제 혼자 외로버서 우찌사노

/외롭긴....... 좋기만 하구먼

이 놈의 영감쟁이 맨날 과부하고 눈이 맞아 바람만 피우더니 잘 갔지 뭐

그래도 죽고나니 인생이 불쌍터라이

/하긴 다 그렇지 뭐

살아있을땐 저 넘의 영감탱이하고 죽으라고 욕을 하지만

막상 죽고나면 지도 인생인데

 얼마나 살려고 그랬을까 하고 생각하면 불쌍치 

그나저나 앞으로 영감이 없으면 엄청 허전할건데 우짜노

/허전하긴 .............................모가 허전하노

간섭 안받고 좋지

/그래도 아쉬운게 많을건데

암튼 손이 아쉽거든 말하소 내가 장작이라도 패 줄게

/힘이나 있나 ?

/힘? 내가 있는 게 뭐가 있겠오 남아있는 거라고는 힘 밖에 없는데

/몰라?

 

 

저녁예불이 시작되었는지 종소리가 들렸다.

/저녁 예불 시간인가베

나도 갈라요 찻값 이나 받으소

/마 그냥가라

/ 그냥 가긴 뭘 그냥 가 .......................

영감도 없는데 돈이라도 부지런히 벌어야지

/자주 좀 오기나 해라  찻값은 도로 집어넣고

/마 됐거든요 여기있오 .................잔돈은 팁이다여

/팁도 주나 ?

 

 

어두운 산골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머리가 조금씩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맨날 바람 피운다고 저 인간 저거 안죽나 하고 그렇게 미워하더니만

막상 죽고 나니 그게 또 안그렇는가 보다.

해서 인생을 공수래 공수거라고 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