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모가 이리 촌스럽노

커피앤레인 2010. 4. 4. 11:37

 

 

40143

 

2010/4/4

모가 이리 촌스럽노

 

 

 

해가 아직도 많은 것 같아

엄광산을 거쳐 구봉산을 타고 내려오면 쉽게 귀가 할 것 같아

산골아짐씨의 애틋한 정도 뿌리친체

세월아 네월아 하고 맞은편 산으로 부지런히 걸어갔더니

아뿔사 그새 해가 산속으로 숨어버렸다.

 

해서 되돌아 가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허락지 않고

하여

이왕 온 것 설마 언 뇬이 잡아먹기야 하겠나 하고

길을 다 잡아 내려오는데 엄광산 정상에 오르니

이미 날은 앞이 안보일 정도로 어둑어둑했다.

 

하지만

엄광산을 거쳐 구봉산을 지나 중앙공원까지는 아직도 한참을

더 걸어야 하였지만

이미 해도 졌고 길도 캄캄하고 그나마 보이던 야간 등산객도

오늘따라 보이지 않아 못내 기분이 찜찜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나이 가는 길에 죽음이 두려우랴 해사면서 

씩씩하게 걸어가는데 오늘따라

가도 가도 구봉산은 더 멀어보이고

어두움은 점점 더 깊어 나중엔 등산로 조차 희미했다.

 

 

하긴 좌우로 늘어선 장대같은 나무들이 얼마랴

그러니 자연히 하늘을 가렸을건 뻔한 이치이고

등산로인들 지라서 뭐 좋다고 숨었을까마는  

그래도 그렇지 이럴 수록 목청을 가다듬고

오오 내사랑 목련화야 ....................해사면서

그 산길을 홀로 꾸역꾸역 내려오는데

생전에 산속을 여러번 다녀봤지만

어젠 왠 넘의 길이 그리도 멀어보이는지 ................................. 

 

 

그나마 겨우겨우 구봉산 밑자락에 다다르니

배는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기분도 그렇고 그래서

다시 수정6동 쪽으로 방향을 틀었더니

그 길도 그리 예사로운 길이 아니었다.

 

 

 

 한데 그러길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저 앞에 뭔가 불이 빤해서 조심스럽게 가 보았더니  산사였다.

이미 날도 저물고 예불도 끝나고 잡수실 것 다 잡수셔서 그런지

산사는 그야말로 적막강산이었다.

해서 부처님한테 굳이 시주할 일도 없고 해서

옆길을 따라 조심조심 내려왔더니

그제사 개 짓는 소리가 들리고 마을이 나타났는데

보아하니 수정6동이었다.

아 저기가 초량 돼지국밥집 골목이제 해사면서  

그때부터 힘을 내어 계속하여 길을 재촉하였더니 

어느새 부산역이 눈 앞에 떠억 나타났다.

 

 

아이고 이제 살았능가베 하고 앞을 보니

언젠가 부산역 분수대를 고친다고 하더니만  

그새 공사를 다 끝냈는지 분수대가 있던 자리엔

새로운 조형물이 들어서면서 분수대는 땅속으로 잠입을 하였는데

가관인 것은 그 조형물이 아니라

그 조형물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너무 촌빨을 날렸다.

 

 

원래 시골이 아름다운건 그 자연스러움 때문이고

도시가 아름다운건 그에 상응한 절제된 세련미 때문인데

초등학교 운동장도 아니고 한 옆엔

바르게 착하게 살자인지 뭔지 하는 돌비석이 있고

그 옆엔 KTX인지 KRX인지

주체탑 비스무리한걸 세워두고

또 그 옆엔 출렁이는 부산 ..............하고

로타리인지 뭔지 하는 클럽에서

이따만한 돌맹이를 세워두었는데 .............................

 

 

누가 촌 넘들 아니라고 할까봐 그런걸까?

 

 

암튼

부산역 광장을 누가 관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발 좀 세련되게 조형물 한 두개만 남기고 다 없애면 안될까?

 

 

하기사 해지는 시간도 하나 제대로 못재고

그 야밤에 산길을 헤메고 돌아다니는 이 넘이나

뭐든지 갖다만 놓으면 좋은줄 알고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놓은 그 인간들이나

모자라기는 비스무리한가베..........................

(그나저나 신문사 문화부기자 일마들은 다 모하노 

 요런 것 좀 취재해서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게하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