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9/13
그래도 당당한 삶이 좋다
난 천성적으로 쫓기는걸 싫어했다.
해서 사람들은 노가다 그거 힘 않드나 했지만
난 내 직업을 무척 좋아했다.
때론 일년 내내 일이없어 그게 탈 이었지만
일단 디자인 의뢰를 받으면 세상은 모두 내 것인양
너무나 신명이 났다.
건축은 종합예술이라는 말 그대로
형태와 컬러와 선과 공간과 재질의 싸움이다보니
언제나 새로운걸 추구하게 마련인데
그게 또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한데 더 재밌는 것은
공사를 의뢰 받았을 때 그 몇 개월동안만
죽자살자 노력하고 나면
그 다음은 완전히 내 세상이었다.
해서 누구처럼 일요일 다음날 또 직장에 가야하나 ? 하는
그런 염려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우야믄 그리 살 수 있노 했는데
그럴 때 마다 내가 하는 말은 늘 한결 같았다.
연작이 우찌 봉황의 그 깊은 뜻을 알리오 ....................하던가
아니면
백조가 우아하게 살려면 물밑에서 얼마나 발버둥을 쳐야하는지
니네들이 우찌 알겠노했는데? ........................
암튼 내 인생은 늘 그렇고 그랬다.
그래도 참 감사한 것은
비록 돈은 못벌었지만
돈 욕심 때문에 일생동안 비루하거나 야비하게 산 일도 없고
남에게 머리 숙여가면서 교활하게 살지 않았기 때문에
나를 아는 분들은
그렇게 사람이 순수해서 우찌 이 험한 세상을 살겠노 하고
도리어 염려했지만
간혹 몸이 건지러워서 그렇지
그 외는 별로 불편한게 하나도 없었다.
해서 성경을 읽을 때도
늘 아브라함이나 모세나 여호수아처럼
우찌하면 그들처럼 당당하게 그렇게 살 수 있을까 하고
그걸 고민했는데
이제 보니 그게 상대적 가치를 쫓는 사람과
절대적 가치를 쫓는 사람의 차이란걸 이제사 겨우 알 것만 같았다.
해서 예수님이
진주를 발견한 농부가 자기 재산을 다 팔고
그것을 샀다고 했나본데
암튼 인생은 지나름대로 살기 나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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