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이기대 유감

커피앤레인 2010. 10. 1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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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4 

이기대 유감

 

 

 

 

용호동에서 이기대로 가는 길은 그리 수월하지 않았다.

이기대는 부산에서도 가장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유명한데

이기대(二妓臺)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구전으로 전해오는 두명의 기생에 관한 전설은

진주 남강에서 왜장의 목을 끌어안고 죽은

논개만큼이나 가슴이 뭉클했다.

 

 

하지만 버스가 머문 곳은

해군 제2 사령부가 마주보이는 곳이다보니 

이기대를 가려면 적어도 1.5km이상을 바닷길을 더 걸어가야했다.

 

 

해서 마침 평상에서 쉬고 있는

늙은 해녀에게

 

 

/이 길로 가면  이기대와 연결되나요 ? 하고 물었더니

몬 인간이 여기서 이기대를 찾아?하는지

/연결은 되어 있는데 너무 험해서 가기가 그럴텐데.......................

하는 표정이 못내 미덥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기사 자갈밭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래사장도 아닌

바위투성이 해변 길을 걷는다는게 처음부터 무리인지 모른다.

하지만 남의 아파트 길을 따라가는건

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해서 바위투성이 길을 따라 가기로 했는데

중간지점에 이르자 아뿔사 ............................이게 모야?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족히 3m 남직한 절벽이 가로 막지 않은가.

 

 

아이고 이걸 우야노 ?

하지만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걸어왔고 .........

그렇다고 절벽을 타고 내려가기도 그리 수월치는 않아보였다.

하지만 어쩌랴

명색이 싸나이가 칼을 뺏으면 썩은 호박이라도 찔러봐야지.

해서 카메라를 뒤로 하고 바윗틈 갈라진 곳을 붙잡고 

조심조심 절벽에 따라 몸을 딱 붙이고 한발작 한발작 발을 옮기는데

다리가 쪼매 후들후들했다.

(군대에서 받는 유격훈련이 따로 없네...........)

 

 

한데 절벽을 간신히 타고 중간쯤 발을 옮기는데

이번엔 몸을 지탱해줄 수 있는 갈라진 틈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해서 다리도 조금 후들거리고 피곤도 해서 살짝 아래를  내려다 보니

아이고 이게 모꼬.................................

여기서 떨어지면 잘해야 부상 같아

머리가 쭈뼛했다.

 

 

해서 다시 잠시 숨을 고른다음

겨우겨우 몸을 지탱할 곳을 찾았는데.........

역시 인생은 고난을 이겨야 제 맛인지

간신히 절벽을 통과하고 나니

가슴도 뿌듯하고 살 맛도 났는데

그걸 지나고 나니 꿈에도 그리던  

오륙도 섬이 눈앞에 떠억 버티고 서서 

니 쪼매 고생했제 .........................하고 웃고 있었다. 

 

 

하지만

오륙도에서 이기대로 연결된 산책길은 생각보다

덜 아름다웠다.

조금만 우거진 잡목을 걷어내고 길을 정비했더라면

바다도 훤히 보이고 전경도 죽여주었을텐데

왠 넘의 잡목이 그리많은지 마치 굴속을 헤메다 돌아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랴

 

남구청에 사는 사람들의 미적감각의 한계가

거기까지인걸 뭐 ............하고

터벅 터벅 길을 따라 내려왔는데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도 좋은 것이지만

조금은 인간중심으로 바꾸어주는 것도

그 아름다움을 훨 돋보이게 할텐데..........................

미안하게도 이기대를 다 건너오고 오니

가슴속에 남아있는건 무성한 잡목밖에 없었다.

(여기는 세계인들이 찾는 아름다운 이기대라는 푯말이 무색하리만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