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아버지의 꿈

커피앤레인 2010. 11. 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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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

아버지의 꿈

 

 

 

 

 

아버지의 꿈

 

 

                                      김 태

 

 

아버지는

그물 속으로 물고기가 들어오는

꿈을 꾸었다

뒷걸음치지 않는 물고기가

얼마나 다행인가

안도하는 것도 잠시 뿐

갑자기 물고기들이 꼬리지느러미 방향을 틀어

들어왔던 문을 나가버렸다

꿈이 달아난 새벽녘

마루 끝에서 장화 신으며

파고다 한 개비 빨아들이면

무적(霧笛/안개 霧, 笛 피리 적) 한 줄기 마당 안으로 들어왔다

오징어 먹물 같은 바다로

노 저은지 오십년

아직은 시비/是非 가리지 않는 어족이 모여드는

목 좋은 어장터

아버지 기력 다하시면 해안선 보다 더 긴 세월

고기잡이에 매달렸던

손금과 힘줄은 어찌해야 할까

아, 밤새도록 그물 속을 뱅뱅돌던

아버지의 꿈자리

결국 뱃전에서 파닥거렸다

아침 바다도 덩달아 아가미를 움직였다.

 

 

 

 

시인/詩人 김태의 고향은 가덕도였다.

가덕도는 숭어떼들이 유달리 많이 모여들기 때문인지

어부들의 수입이 제법 짭짤했다.

하지만 부산에서 서쪽 끝자락에 있는 섬은

이제 막 끝낸 거가대교(거제도와 부산을 연결하는 국내 최장 다리이다)로

인하여 심사가 그리 편치 않은 모양이다.

섬이 육지가 된다는건 한편은 반갑지만 한편은 수천년 내려온

마을의 정서가 송두리째 뽑혀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김태 시인은 자주 술을 마셨다.

 

 

한데 낮에는 사람 얼굴도 제대로 못쳐다보며 이야기하는 친구가

몇차례 술집을 거치고 나면

낮의 그 색시는 어디에도 가고 없고 드디어 야성이 폭발했다.

하지만 워낙 성품이 고와서 그런지 남에게 피혜는 주지 않았지만

술이 과할수록 말투가 조금씩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해서

/이봐라 태야 니 1차만 여기 오면 않되겠나?

/선생님 , 직원들하고 한잔 하다보면 조금 그렇습니다.

/그래, 그거야 우야겠노마는 근데 니는 와 술만 거나하면

떵 오줌을 못가리노

/내가 언제 그랬습니꺼

/암튼 좀 과하다 싶으면  선생님이 이사람으로 바뀌니

오늘은 집에 일찍 좀 들어가라

니 이사람 받아주는 것도 힘든다

/아이고 선생님 제가 언제 그랬습니꺼 

 

한데 조금전 까지도 멀쩡하던 넘이 그새 또 고갯길을 넘어갔나보다.

/이 사람이. 내 한테 까불어 까불지 마.....................

일마가 드디어 교도소로 도로 돌아갔나보네

/야 이 문디같은 넘아

지발 술 좀 고만 묵으라 안하드나

여긴 교도소가 아니다이

/이 사람이 내 한테 까불래 ?

일어서 . 앉아. 일어서. 앉아.

 

 

드디어 미쳤나보다.

하긴 젊은날 교도소에서 맨날 죄수만 다루다보니

아무한테나 일어서 앉아 ....................하는게 버릇이 되었나보다.

하지만 녀석을 미워하는 넘은 아무도 없었다.

몇차례 전쟁을 치른 후에야 녀석이 겨우 일어섰다.

/와 집에 갈려고 ?

겨우 택시를 잡아서 보내고 나니

술집 안은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차 잡아줬능교?

/응 택시 태워보냈다.

/천하없이 얌전한 사람인데 .....................

/마음이 허해서 그렇겠지

/그래도 저 사람의 시 세계는 대단합니더이 

/그래요?

목여사는 방금 떠난 김 태 시인이 못내 안쓰러운가보다.

김 태 시인의 시 세계가 어떻니 저떻니 해사면서 

한참동안 변호를 했다. 

(그래 나도 사랑한다 김 태야

제발 이 사람 앉아 일어서만 좀 안하면 안되겠나 ? 이 문둥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