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분홍신 그 남자

커피앤레인 2010. 12. 6. 12:26

유 선경작/ 눈 내린 겨울산

40289

분홍신 그 남자

 

 

 

 

 

초저녁, 바바리 코트를 만지작 거리다가

검은 쉐타에 모자를 쓰고 스카프를 매기로했다.

날씨가 오늘따라 너무 따뜻해 바바리 코트를 입고가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았다.

인곤인 비로소 회장이 되었나보다.

녀석은 한동안 대한체육회니 검찰청이니 해사면서

억울하다며 뛰어다니더니 드디어 생활 체육회 마라톤 분과 회장이 되었나보다.

/친구야 고맙다

네가 도와주어서 나 이제 회장 되었다.

/그래? 축하한다.

/그러고 보니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네

/인생이란게 다 그렇지 뭐

원래 좋은 일이 생기려면 그만큼 값비싼 댓가를 치르는거잖아.

그나저나 정말 반갑다.

/그러게 ............................

암튼 친구 너 도움이 많았다.

/도움은 몬 도움

근데 니 내한테 와 대서비는 안주나?

/대서비?

/문둥아,니가 억울하다면서 검찰총장인가 오데 탄원서 넣는다고 해사면서

내가 니 대신 글을 써줬잖아.

그 대서비는 와 안주노 말이다.

/난 또 모라꼬?

그 바람에 날 죄인취급하던 글마 딴데로 쫓겨갔잖아.

암튼 고맙다 친구야 .

그나저나 니는 신문쟁이도 아니면서 우찌 그리 글을 잘 쓰노?

/아이고 문둥아 . 니 정말 신문쟁이 맞나?

커피 한잔 마시고 올만에 산책이나 함 하자.

 

 

친구를 막 보내고 돌아오니

재진이 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행님 오늘 좀 일찍 출발하면 안되겠습니까?

/와?

/아무래도 차가 밀릴 것 같기도 하고

이왕 해운대 간김에 경치좋은 데서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들어가야 안되겠습니꺼

/그래 , 니가 낭만을 아나?

/아이고 행님

낭만하면 이 김낭만을 잘 모르시나본데

랄라라 랄랄라 라라라라..................라라

이게 그 유명한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나오는

축배의 노래라는 것 아닙니꺼

행님이 아실능가 모르겠네?

/문디 지랄안하나 ....................................

고건 초등학생도 다안다.

/ㅎㅎㅎ암튼 5시 까지 행님 모시러 갈게요 . 기다리이소이.

 

 

김옥련 교수는 또 새로운 창작극을 무대에 올렸나보다.

시인이며 씨나리오 작가인 송 유미씨가 글을 쓰고

김옥련 발레단과 캐스트로서 서울에 있는 이원국 발레단 단원들이 함께

꾸민 무대인데 분홍신 그 남자,,,,,,,,,,,,,,,,,,라는 작품이었다.

 

 

어느 요양병원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는

늙은 한 여자 발레리나의 슬픈 인생을 그린 것인데

언젠가 나도 정신병동에 갇힌

어느 여류화가의 삶을 소설로 풀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짧은게 흠이었지만

작품은 여러모로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줄거리는 대략이랬다.

 

 

이미 모든 시간을 잃어버린 그녀는 이제 요양병원에만

통하는 인물이었다.

그토록 바쁘게 살아온 그녀였지만.

이제 그녀에게 남은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요양병원에는 그 녀 외에도 한때나마 화려했던 음악가.예술가들이

여럿 모여있었다.

이들은 매일 만나  연주회를 열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여자였지만

뇨자는 자신이 오래동안 익혀온 발레만큼은 신기하게도 기억하고 있었다.

무대가 오르면

이미 중풍에 걸린 사람. 휄체어 의지한체 끌려나오는 사람

뭔지도 모른체 계속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어지럽게 지나갔다.

그 사이로 아코디언을 어깨에 맨 늙은 아코디언리스트가

옛 추억을 회상하듯 황성옛터를 ..........................노래했고

첫애인었을까 ? 아니면 그토록 보고 싶었던 남자였을까?

남자 발레리나가 화려한 춤을 추면 뒤이어 빨간 드레쓰를 입은

여인이 미친듯이 뛰어나와 춤을 췄다.

 

 

밤이 꽤나 깊었나보다.

뒷풀이가 생각보다 어쩡정하였는지 오화백이

/선생님 본가에 가서 한잔 더합시다.하고 손을 내밀었다.

/본가(本家)?

아.....일본 정종 사케인가 몬가 파는 그 집말이죠?

/내가 한잔 살께요

/그래요? 그 집 분위기 참 호젓하던데....................

2시간여 우린 방금 본 한 뇨자 발레리나의 작품으로 부터

우리들의 지나온 삶들을 회상하며

안주로 나온 은행꼬지를 하나하나 그렇게 뜯어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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