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아름다운건
겨울이 아름다운건
흰눈이 내리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미 단풍으로 물던 잎들을 제다 떨어버린 채
저 홀로 외로움을 묵묵히 견뎌내는
그 앙상함과 쓸쓸함이
때론 을씨년스러운 우리네 인생처럼
앙상하지만 결코 비굴하지 않는 의젓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첫눈이 내린지가 며칠인데
먼산에 또 눈이 왔다는 소리에
도시는 스산하다못해 오히려 적막처럼 조용했고
사람들로 넘치던 거리조차
오늘은 일찍 귀가를 서두르는 바람에
정거장마다 북새통을 이루었다.
하지만 아직 배를 못다 채운
고양이 한마리가
앙칼진 소리를 빽빽지르다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아니하자
골이 날대로 난 넘이 남의 집 쓰레기 수거용 비닐 봉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는
어디론가 휘 달아나 버렸다.
길 건너 모퉁이 집
계림/양산박은 이미 불이 끄졌고
강나루엔 아직도 사람이 있나보다
흐릿한 불빛사이로 간간이 사람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방금 잎새를 다 떨어버린 은행나무조차
혼백이 되어 돌아온 겨울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겨울을 맞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