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한리(勿閑里)에 가다
나는 좀처럼 화를 내거나 열을 내지 않았다.
해서 우짜다가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그냥 혼자서 삭이거나 아니면
긴 침묵 속에 들어가 몇시간이고 앞 뒤 전후를 살펴보곤
조용히 그 문제를 마무리 지었는데
금욜도 뜻하지 않은 스케쥴 변경이라
엄청 화가 났지만
한데 이건 화를 낸다고 될 일만도 아니었다.
해서
조금 모양새가 구겨져서 그렇지 딱히 모 성낼 일도 아니다 하고
훌훌털곤 예약을 했던 모든 일을 취소한 다음
다소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하여 손을 댄게
집을 짓는 사람들....................이라는 나의 작품집 만드는 일이었다.
사실,
이 작품집은 오래전에 구상했던 것인데
당시 형편도 그렇고 마음도 그렇고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어두었던 것이었다.
한데 옛말에 홧김에 서방질한다고
다소나마 서운한 마음을 달래보려
막상 일을 저지르고 보니 일이 꽤 많았다.
하지만 그동안 모아둔게
여로모로 도움이 많이 되었는데
미쳐 사진이 없는 것은 스케취나 다른 작품으로 대체 하기로 하고
일단 가본 한권을 만들어 출판사에 보여주었더니
아주 훌륭하다며 책을 내어봅시다.....................했는데
어젠 모처럼 작품집 편집도 거의 끝났겠다
이 참에 눈구경이라도 실컷 하고 싶어
누군가의 틈에 끼어서
충청북도 영동 물한리 민주지산을 탔는데
보기보다 산세가 꽤 험하고 참 아름다웠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눈밭을 헤치며 정상에 올랐으니 배가 고플수 밖에
해서, 같이 온 일행과 더부러
눈 밭에 앉아 따듯한 점심을 개눈 감추듯이 감추고는
다시 눈 밭을 타고 하산을 하였는데
물한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류시인중 한명인
진 명주 여류시인의 고향이기도 했다.
사실 나는 그녀의
시/詩 물한리를 가다를 참 좋아했는데 .......................
옛말에
살다,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네 하더니만
진짜로 살다 살다보니
진 명주 시인의 고향도 다 와 보네 .
(역시 인생은 잼있는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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