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
나는 거의 자명종이 필요 없었다.
새벽 첫차를 타고 서울을 갈 때도
현장에 가기 위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야할 때도
난 단한번도 자명종을 울리지를 않았다.
해서 새벽 2시 30분
세기의 대결이라고 하여 11시쯤 잠자리에 누웠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정확할까.
눈을 뜨니 새벽 2시 30분이었다.
SBS는 이미 축구열기로 가득했지만
기대와 달리
이날만은 맨체스트 유나이트는 바로셀로나의 적수가 아니었다.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나는 다시 잠에 곯아 떨어졌는데
눈을 떴을땐 해가 저만큼 방안을 환하게 비친 후였다.
해서,
서둘러 대충 아침을 떼우곤 배낭을 울러매고 산을 오르니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연록색 물결로 가득하였고
소나무마다 송진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느듯 구봉산 중턱을 넘어 엄광산에 오르자
나는 비로소 바보 노무현을 만나다라는
사진전을 다시 기억해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가는
내 처갓집하고는 그리 멀지 않았다.
때문에 자주는 아니지만 이따금씩 들렸는데
그때는 대통령도 아니었고 봉화마을도 그리 유명할 때가 아니었다.
해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유일한 풍경은
조그마한 촌동네와 낡은 역사(驛舍)와 널리 펼쳐진 습지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 겨울 눈이 소복이 쌓인 풍경이 아름다워
이곳저곳을 카메라 앵글에 담았던 기억이
여전히 새록새록한데
노전대통령이 밀짚모자를 쓰고
자건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는 모습이 새삼 그리운 것은
사람사는 모습이 다 그렇고 그렇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사람들은 왜 산처럼 그렇게 묵묵히 제 길을 걸어가진 못할까.
하여
산이 좋아 산에 올랐지만
나 역시 잠시 욕심에 눈이 멀어 새순하나를 송두리째 잘라버렸는데
애고 그 넘의 건강이 몬지?
나부터 몬다이네 몬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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