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무진 정룡
봉숭아가 피었네
작년가을 양산천(川)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코스모스 꽃씨와 봉숭아 꽃씨를 조금 가져온게
벌써 꽃망울을 터뜨렸다.
물론 때이른 감은 있지만
코스모스는 이미 달포전부터 하늘하늘거리며
지나가는 길손을 반겼고
봉숭아는 엊그저께 부터 빨간 꽃망울을 터뜨렸다.
한데 어젠 누군가 또 화분 하나를 훔쳐 가버렸다.
하긴 길가에 놔두었으니 견물생심이라고
훔쳐가는건 이젠 별로 놀랄 일도 아니지만
어쩌면 그렇게 남의 물건을 서스럼없이 훔쳐갈 수 있는지
그것도 참 신기했다.
(하긴 도적놈에게 몬 양심을 기대하랴)
해서 주변사람들이 화분을 함부러 길가에 내어놓지 말라고
늘 충고를 했지만 훔쳐갈 때 훔쳐가더라도
나는 작년에도 금년에도 여전히 화분을 길가에 내어놓았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복잡한 출근 길에 사람들이 환하게 피어있는 꽃을 보면 다소나마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해서 부지런히 물을 주고 가꾸다보니
이젠 왠만큼 훔쳐가도 그리 화가 나지 않았는데
문제는 성경에 보니 마귀란 놈은
우리를 속이고 도적질하고 결국은 멸망에 이르게 하기 위하여 왔다는데
설마 생명보다 꽃이 더 귀하랴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남의 꽃을 훔쳐가는덴 예민했지만
정작 자기자신이 어두운 영에 의하여
망가지는건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해서 오늘밤도 밤의 야화는 화려한 불빛 속에서
허연 다리를 꼬우면서 사람을 유혹하나보다.
(아이고! 내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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