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구야 백구야 우에사노
난 여전히 잠을 이루지못했다.
초저녁부터 두 여류화백이 찾아와 술집에 앉아 맥주를 주거니 받거니하면서 억지 춘향 노릇을 한참동안 해야했다.
마침내 그들이 떠나자 이번에는 간판공사를 하는 김사장이 또 찾아왔다.
-이 야심한 밤에 ?
-글 하나 받으러왔습니다.
-뭔 글을
-이 친구알죠 ?
스마트폰을 꺼내 보였다.
-아 ! 알만하네
-돈을 많이 번 모양인데 다른데로 옮긴답니다.
-그래서?
-간판글씨 하나 써주었으면 하고요
-간판글씨?
-사례는 하겠습니다.
-사례?
종종 간판이나 현판 (오동동아구할매집/현판.고추잠자리.회전목마 등) 글씨를 써 주었지만
사례를 받아본건 가뭄에 콩나듯했는데...........................
간판사장이 작가에게 글을 받아야한다며 기어이 이 놈을 추천했나보다.
한편은 그 돈 받아 뭐하겠노?하고..............시큰둥했지만
한편은 보리흉년에 왠 떡?하고 전혀 싫은 기분도 아니었다.
이 나이가 되도록 사는게 뭔지는 모르지만
돈은 사람을 울리기도 했고 때때로 웃기기도했다.
해서, 늘 시간에 구애받지않고 돈에 구애받지않고 사람들의 평가에도 구애받지않고
그야말로 한평생 자유인이고 싶었는데
인간들은 꼭 산에 살아야만 자유인이고.................돈이 있어야 멋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는지
치사스럽고 아니꼽고 더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해서,
백구야 백구야 너는 사시사철 우에 그렇게 사노?
니도 세상 참 재미없제..............하고 혼자 씨부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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