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세월의 끝자락을 붙잡고

커피앤레인 2015. 12. 27.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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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끝자락을 붙잡고

 

 

 

 

창 너머 해운대 백사장이 보였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다보니 우린 어느새 아메리카노로 통일했다.

여류작곡가는 첫 만남이라고 그녀의 작품집 한권을 선물로 주었다.

난 그녀의 작품중 내사랑 망초여를 특히 좋아했다.

내사랑 망초는 원래 이정님 시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망초라 부르지 않고 흔히 개망초라고 불렀다.

 

길섶에 하얗게 핀 내사랑 망초여

기약없는 기다림 널 안고싶은 죄

난 어찌하라고 난 어찌하라고................

 

한해가 또 저무는가 보다.

엊그저께는 책상과 책장을 정리했고 어젠 침실 커텐을 바꾸었다.

새로 산건 아니고 앞에 것을 뒤로 보내고 뒤에 것을 앞으로 옮긴 것인데

자리를 바꾸고 나니 새로운 분위기도 났지만 뭔가 허전한 듯 해서

롤브라인드에 그림을 그렸더니 수묵화가 따로 없었다.

이왕 손댄김에 내가 좋아하는 한시 한구절도 적어놓기로 했다.

오/천/년/노/항/장/곡/梧千年老恒藏曲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오동나무는 천년을 늙어도 가락을 품고 있고

  매화는 한평생 추운데 살아도 향기는 팔지않는다(조선조 4대문장 중 한 사람인 상촌 신흠선생의 싯귀임)

 

세월이 가면 더불어 모든게 낡고 변하여갔는데

그중에서도 사랑이 가장 부침이 심했다.

원래 사랑이란 존중과 배려와 신뢰가 쌓여야 제 맛인데

서로에 대한 막연한 기대 같은게 있다보니 때론 사랑이 아니라 쓴 약이 되어

서로의 마음을 헤치곤 했다.

하지만 연연히 흐르는 강물처럼 생이 끝나는 그 날까지 우린 또 그나름대로 자기다운 인생을 살아야하니 

이 한해 끝자락을 붙잡고 우린 여전히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하나보다.

그래도 난 오늘 어느 무명 가수가 부탁한 가사 하나는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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