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크리스마스 선물

커피앤레인 2015. 12. 25. 16:02

 

크리스마스 선물

 

 

베토벤의 제9교향곡은 언제나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남해 군청 앞에서 한정식을 하다 얼마전에 육개장을 파는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미담(味談) 사장 찬일아우가 연말이라고 형님 언제 남해로 한번 내려오시다-하고 문안인사를 했다.

여기도 연말연시라고 매일 2차 3차 가느라 정신이 없다.안그래도 다기(茶器)도 갔다줄겸 조만간에

시간을 한번 내어볼게............................했는데

다기는 양산통도사 근처에서 장작가마로 작품활동을 하는 니산의 작품이었다.

내가 봐도 주전자며 찻잔 색갈과 형태가 그리 앙증맞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요즘은 그런 작품을 좀처럼 구할 수도 없는

귀한 작품이었다.

해서 개업을 했다는데 격려도 할겸 소중하게 다루라고 이걸 선물로 주기로 했다.

십수년전에 니산이 이 놈에게 특별히 선물로 준건데 난 원래 커피를 좋아하다보니

그동안 신주 모시듯이 잘 보관했는데 마침 찬일아우가 전통차를 좋아한다하니

저거집 분위기와도 맞고 주인도 잘 만난건 같아

큰 맘 먹고 그에게 주기로 했다.

그릇이나 여자나 사람을 잘 만나야하는데.........설마 구박은 안하겠제.

며칠전엔 광복동에 나간김에 디자인이 너무 예쁜 시계가 눈에 띄어 흥정도 않고

부르는대로 값을 쳐주고 냉큼 샀는데 .......어느 여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주었더니

그리 좋아라 할 수가 없었다.

모처럼 연휴고 크리스마스라 오늘은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책상이며 책장을 정리한 다음

이왕 벌여놓은 일 무드나 함 잡아보자하고 촛불을 켜고 CD를 올린다음

커피를 끓였더니 행복이란게 별개 아니었다.

번거롭지않고 고요한 가운데 스스로 자유를 만끽하며 즐기는 그것이 진정 행복이구나하고 느꼈는데......

해서, 그랬을까?

중광스님 이후에 최고의 또라이 시인이라는 권태원 시인이

부산에서 형님처럼 당당하고  재미있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또 느스레를 떨었다.

하긴,쥐뿔도 없는 주제에 그러한 똥뱃짱도 없으면 우리같은 서민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

한데 베토벤의 제9향곡이 벌써 다 끝났나보다.

순간적이지만 분위기가 조금 설렁했다.해서, 얼른 CD를 다시 바꾸어 올려놓았는데

역시 행복은 어느정도 조건이 맞아야 제 맛인가?보다.

그래서 다들 그 조건 때문에 찌지고 뽁고 싸우는걸까?

아무튼 메리 크리스마스 & 해피 뉴이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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