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섬진강을 노래하다

커피앤레인 2016. 6. 3. 13:09

 

 

 

 

 

섬진강을 노래하다

 

 

저녁 무렵 배국장이 왔다.

술집은 초저녁부터 사람들로 가득했다.

누군가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를 열창했다.

 

이 곳은 문화예술인의 거리답게 밤이면 밤마다 음주가무가 난무했다.

언제부터인가 이놈도 이 곳을 아지트로 삼았는데 그 세월이 족히 20년은 넘은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오발탄의 유현목 영화감독님.서예가인 율관 변창헌 선생님도 계셨는데

지금은 저 세상에 가셔서 다들 뭘 하시는지.......... 

해서, 이 곳에 아지트를 튼 이후로 거의 하루도 거르지않고 행님아!아우야!하고 사람들이 찾아왔는데

야구심판을 하셨던 아버님이 너무 술을 좋아하셔서 나는 커서 절대로 술은 안먹을 끼다 했는데

DNA는 어쩔수 없나보다.

밤새도록 퍼 마시고도 새벽이 되면 샤워만 대충하고 현장으로 현장으로 돌아다녔으니........

 

배국장은 앉기가 무섭게 사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 행님아!거 섬진강 한번 불러봐라............

-아우야! 아직 술도 안취했는데 뭔 흥으로?

-아따마!오늘은 복주리도 오고 경옥고도 왔다 아이가

사실 복주리와 경옥고는 내가 갖다붙인 별칭이었다.

과는 다르지만 같은 청에 근무하는 여직원들이었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지매들이 올만에 같은 직원들 끼리 회식을 마치고

2차로 문화예술인들의 아지트라고 강나루에 왔나보다.

강나루 목여사는 오늘따라 손님이 많은가보다.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 했다.

하기사 연방 음식을 만들어야하니 정신이 없겠지.

 

 

그나저나 예전에는  노래하면 의례껏 정지용 시 김희갑 작곡 향수를 불렀는데

요즘은 정공채 시 강창식 작곡 섬진강이 어느새 내 18번으로 굳어버렸다.

사실 섬진강은 가사도 정감이 넘치고 곡도 참 아름다운 곡이었다.

 

 

                      섬진강

                                   정공채 시. 강창식 작곡

 

산두고 숲을 두고 복사꽃 피는 마을도 돌아

인정도 고운 전라도 땅 그 들판 비단결 구비구비  감돌며

하늘에 흰구름 누비듯 흰구름 누비듯-

흘러 흘러 남으로 가는 고운 섬진강

내마음 내사랑 이 강물 물빛되어 당신을 당신을 -떠 올리네 .

 

꿈꾸듯 졸면서 송아지 우는 강언덕 멀리

전라도 지나 경상도 땅 그 하동 끼고서 가는 강물아

세월이 구름이 흐르듯 구름이 흐르듯-

감실 감실 남으로 빛도 고운 섬진강

내기쁨 내설음 이 강물 물빛되어 당신께 당신께- 안기리라

 

 

왕년에 메이저 신문 편집국장을 하셨다는 분이

가슴이 다 시원하다면서 내 술 한잔 받으소ㅡ하고 잔을 권했다.

하지만 가곡은 어느새 뒷방 늙은이처럼 우리들 관심에서 점점 더 멀어졌다.

해서 어디를 가든지 뽕작을 불러야 엉덩이가 들썩들썩했는데

그래도 깊은 감동은 가곡이 훨씬 더 컸다.

가요라고 나쁜건 아니었다. 참 좋은 곡들이 많았다.

이놈이 즐겨부르는

긴머리 소녀라든지, 여러분이라든지, 그대 그리고 나. 숨어우는 바람소리.

꿈이어도 사랑할래요, 지금, 같은  노래들은 오래도록 긴 울림을 주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곡이 갖고있는 정서나 품격만큼은 가요가 따라가지 못했다.

그나저나 조영남은 노래나 잘 부르지 뭐한다고 화투장을 갖고 놀다가 그 망신을 당하는지........

돈이 없는건 아닐거고............

욕심이 과하면 자고로 망신살이 뻗치는 법이라 했거늘

애고! 어리석은 사람 같은 이라고........

 

오늘은 비가 왔다.내일은 현충일이고..............

언제부터인가 현충일이 되면 이놈은 혼자라도 한명희 시,장일남 작곡 비목을 즐겨 불렀다.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세월로 이름모를 이름모를 비목이여...........

 

조국을 위해 이름모를 산하에서

산화한 모든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나는 또 광복동 거리를 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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