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2

아름다운 집짓기 12 / 경호 강을 따라

커피앤레인 2005. 12. 23. 13:42

 

 

진주에서 산청으로 가는 구 도로를 따라 함양  거창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좌측으로 경호 강이 유유히 흐르는게 보인다.

강은 급하지도 느릿함도 없이 그냥 그렇게 오랜세월을 흘러가고 있다.

강을 따라 양지바른 곳엔 일찌감치 터를 잡은 그곳 사람들이 군데군데 군집을 이루며 사는게 눈에 띄는데 경치에 취해서 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보면 문익점이 중국으로부터 목화 씨를 붓 대롱에 몰래 숨겨와서 처음으로 우리 땅에 심었다는 시배지가 나온다.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홍화씨 집산지 답게 기념관이 있는데 거기서 잠시 커피를 한잔 한 후 다시 차를 몰면 예전에는 첩첩산중이라 하여 울며 들어가서 울며 나오는 곳이라 했는데도 이제는 잘 딱아 놓은 길 덕택에 느긋하게 산천을 구경하면서도 지리산이나 무주 구천동을 하루만에 갔다 올 수있을 정도로 도로가 잘 되어있다.

거기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고 한 성철 스님 생가를 뒤로하고 얼마간 안의 쪽으로 더 올라가면 수동 삼거리가 나온다.

좌측으로 핸들을 꺾으면 함양이 나오지만 그러지 않고 그냥 오던대로 직진을 하면 안의와 용추계곡이 나온다.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덕유산과 무주구천동 가는 삼거리가 사람을 반기는데 여행은 아무래도 경치도 경치지만 때때로 맛 있는 집을 찾는 것도 한 재미이다.

점심도 먹고 잠시 강도 구경할 겸 수동 삼거리에서 안의 쪽으로 약 100m 정도 올라 가면 허허벌판에 조립식 집을 지은 수동 매기 매운탕 집이 좌측에 보이는데 그 지방에 사는 사람치고 수동매기 매운탕 집을 모르면 간첩이라할 정도로 맛이 일품이다.

특히 매기 찜은 군침이 돌 정도로 맛이 기막힌데 주인인 정옥씨 애살이 또한 보통이 아니다.

북경에 다녀온 뒤 한 동안 가보지 못했지만 지난 가을 마침 거창으로 가는 길이 있어 일행과 함께 그곳에 들렸더니 언제 지었는지 목재와 스라이딩 판넬로 조립식 주택을 2층으로 아담하게 지었는데 첫 눈에 봐도 조금은 돈이 든게 역력했다.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주인 얼굴도 못보고 돌아온게 못내 아쉬워서 부산에 도착하여 집을 참 잘 지었더라고 전화를 했더니  외관과 달리 비가 새서 한동안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털어 놓았다.

사실 집을 지을 때 방수는 아무리 철저히해도 나쁠게 없다.

대체로 비가 새는 것은 지붕이나 창틈이나 이음새 부분을 허술하게 했거나 반드시 방수를 해야할 부분을 그냥 하기 좋은대로 대충대충해서 그럴 때가 많은데 특히 방바닥 이나 건물속으로 들어가는 배관은 이음새 부분을 철저히 해야한다.

보통 PVC파이프 연결부위는 PVC 본드로 하기 마련인데 세월이 지나면 그부분이 느슨하거나 물이 샐 염려가 많기 때문에 PVC 본드를 바른후에도 가제나 방습포로 감싼 후 본크리트 같은 방수재로 연결부위를 콘크리트 하듯이 듬뿍 발라주면 참 좋다.

방수는 무엇을 바르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준비가 더 중요하다.

철저하게 청소를 하고 의심스러운 부분은 모두 다 걷어내거나 긁어낸 후에 방수를 해야 뒷탈이 없는데 게으름을 피우거나 눈 속임으로  대충대충하면 언제나 그 자리서 다시 비가 새거나 물이 새 고생을 한다.

건축은 예술 이전에 철저한 장인 정신이 필요한 직업이기 때문에 혼을 불어 넣는 정신이 없으면 힘든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