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화가나 건축가에게 있어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행위이다.
여행을 하면서 그들은 새로운 문명을 접하며 영감을 얻기도 하고 좋은 스케취를 하게 된다.
그런면에서 보면 작가의 여행은 일반사람보다 때로는 눈매가 더 매서울 법 하다.
세월의 때가 묻은 낡은 집을 보면서 작가는 남이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느끼거나 인간내면에 숨어있는 고뇌를 읽기도 하는데 천박한 흐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낡은 것이 별로이겠지만 작가의 눈에 비친 세상은 꽃보다 때론 단풍이 더아름답다는걸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지난 해 상해를 가는 길에 그는 오진에도 들렸다.
오진은 아주 오랜 도시였는데 강 줄기를 따라 낡은 집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 사이로 작은 배를 타고 한바퀴 휘둘아보며 그는 중국여인의 속살처럼 숨겨진 집안내부를 어렵사리 구경했다.
올망졸망한 가구들이 우리네와는 많이 달랐다.
특히 중국은 기와가 우리처럼 넓지 않았는데 10cm 내외의 작은 기와가 옹기종기 모여 지붕을 덮고 있는게 중국 대륙 답지 않게 귀엽고 앙증맞기 까지 했다.
형태는 우리와 별반 다름없었지만 크기는 전혀 달랐다.
그들 역시 일반인들의 집은 우리처럼 그을림 기와를 사용하였으나 황제가 살았던 자금성만은 유약을 발라서 그런지 모든 기와가 빨갛게 물들여 있었다.
그가 간 때엔 자금성은 겨울을 맞아 한창 보수중이었다.
오진에서 그는 황제가 썼다는 모자와 곤룡포를 보며 중국의 마지막 황제 부이를 기억했다.
아마도 모조품이겠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입고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도 입어 보고 싶었지만 시녀가 없어서 그런지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실 여행의 즐거움은 보고 만지고 즐기고 먹는 것 빼놓고는 설명이 않되지만
그러나 여행의 참 진미는 가슴에 와 닿는 말할수 없는 어떤 느낌이 있을 때 그 가치는 배나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한 느낌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깨달음을 주는데 그러한 깨달음은 결국 크고 작은 충격을 주며 그런 충격은 끝내 사람의 뇌리 속에서 영감이라는 소중한 열매를 맺게한다.
사실 아름답다는 것은 어쩌면 깨달음과 충격과 영감이 일구어낸 총체적인 산물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예술이 예술다운 것은 모방이나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고 습득한 것을 또 다른 형태의 창조물로 표출하는 인고의 아픔이 있기 때문일게다.
만약 그것이 어떤 것을 답습하거나 흉내만 낸다면 그건 단지 모방에 지나지 않는 습작이거나 모사일뿐 예술은 아니다.
그러한 것들은 사실 너무나 진부하기 때문에 사람들로 부터도 이내 외면을 받게되는데 그렇다고 하여 예술가가 전혀 모방이나 모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고호도 초기엔 밀레의 작품을 수없이 모사하였다고 고백하였다.
어쩌면 모사나 모방은 예술로 가는 하나의 관문인지도 모른다.
영어에서 배운다는 동사 역시 흉내내다 , 따라하다는 어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면 모사나 모방도 그리 크게 나무랄 일은 못된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예술가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사람이란 존재는 환경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자기도 모르게 타성이 생기고 고집 같은게 생겨 새로운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때문에 자기를 사랑하거나 그러한 타성에 젖지 않으려는 사람은 적어도 자주 여행을 떠나 새로운 문명을 만나기를 좋아하고 사람과 사귀기를 즐거워 하여야한다.
예술이 영혼의 산물이라면
여행은 자기 내면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영혼을 다시 발견하는 겸허한 순례의 길이기 때문에 사람은 저마다 자기 스타일대로 여행을 즐길줄 아는 지혜를 배워야 할지 모른다.
그가 자주 낡은 카메라 한대만 달랑 울러메고 그렇게 길을 떠나는 것은 여행이 주는 겸허한 자기 성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그는 오늘도 여행을 준비하는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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