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68/잡부 오야지

커피앤레인 2006. 6. 7. 06:46

 

13021

 

잡부 오야지

 

새벽부터 목재소에 전화를 할까 말까하다가

조금 더 기다리기로 하였다.

어제 주문한 자재가 미처 배달도착하기전에

 새로운 자재를 주문하여

함께 용달로 보내는게

여로모로 이로울 것 같은데 아무래도 너무 이른 시각같았다.

 

 

목재소 박사장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

동인기획 시절부터 거래를 하였으니까

근 20년이 다 된것 같았다.

그도 한차례 부도를 내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재기에 성공을 했는지

얼굴색이 상당히 밝아 보여 기분이 좋았다.

 

 

 

 

 

어제 오후부터 이빨이 우리하더니만

그래도 밤새 많이 가라앉은 모양이었다.

별로 잘생긴 이빨도 아니지만

그래도 한평생 이빨로 고생한 일은 없었는데

어제밤은 제법 욱씬거렸다.

사중 이빨이 아파본 경우는

이번이 딱 두번째 였다.

다분히 신경성이었다.

논노 제뉴디세 코오롱점을 할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다.

 

올밤엔 아무래도 비가 올 것 같았다.

노상에 방치한 모래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내일도 조적을 계속해서 쌓으려면

모래를 쓰야 할건데

모래가 비에 젖으면 물기가 너무 많아

일을 할 수 없었다

해서, 비니루를 구하려고 이곳저곳을 돌아 다녀봤으나

다들 점포문을 닫은지 오래인지 불이 꺼져 있었다.

 

 

휴대폰을 꺼내 도대체 몇신데 벌써 문을 닫았나? 하고 봤더니

밤 10시가 넘은지 이미 오래였다.

 

 

이런 넘의 수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길래

이렇게 시간 간 줄도 모르고 있었을까?

 

 

 

하긴 저녁 늦게 현장에서 돌아와

잠시 사무실에 앉아 글을 올리고

옷을 갈아 입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많이 가버렸나보다.

 

 

 

그러나 저러나

헌비니루라도 구해야 할 것 같아

이걸 오데서 구하나하고 가까이 사는

 후배집도 가보고 주차장도 가보았으나

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하듯이

내버린 장판조각도 하나 없었다.

 

하는수 없이

 

내친 김에

중앙동에서 동광동을 거쳐

광복동 까지  가보았으나

비니루 파는 집은 고사하고

내버린 장판조각 하나도 없었다.

 

 

궁하면 통한다고

정 안되면

새 합판으로라도 덮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오는데

국제시장 길바닥에

누군가 점포문을 닫으면서 내 놓은 것인지

하얀 대형비니루 봉지 뭉치가 눈에 띄었다.

 

 

(아이고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고..............)

 

 

염치 불구하고 엎드려 곰곰히 살펴보았더니

반으로 쪼개면 3개면 충분할 것 같았다.

 

 

아직은 이른 시각이라그런지

청소부가 미쳐 수거를 하지 못한것을 

남이 가져 갈까봐 얼른 줏어 가지고왔다.

 

 

 

저녁도 못먹고

비니루를 옆구리에 차고 오는데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고 싶었지만

그나마 비니루를 구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책임감이란게 이렇게 무서운가보다.

 

(니도 한평생 고생한다

주인 잘 만났으면 지금쯤 탱자탱하게 잘건데 ...............

우야노 사는날 까지

니캉내캉 그래도 정 붙이고 살아야지

죽으면 어차피 헤어질건데 ...................

그나마 이게 다 인연아이겠나 .....해사면서 돌아왔는데)

이럴땐 사장이 아니라 꼭 잡부오야지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