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3/바람처럼 살다가리라

커피앤레인 2006. 6. 12.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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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처럼 살다가리라

 

 

 

월요일 새벽부터 

방금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조금전에 잠을 부시시 깼는지

저마다 짐꾸러미를 들고 플랫트 홈으로 행했다.

 

이른 새벽인데도

역 대합실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한쪽 구석엔

볼박스를 요삼아 그렇게 간밤을 보냈는지

60대로 보이는 노숙자 두 명이

 그것도 이불이라고 그러는지

잠자리를 정리하는게 눈에 띄었다.

 

 

기차에서 내리자 마자 사무실로 직행하였다.

밤차로 5시간 이상을 달려와 방금 내렸지만

일단 글부터  올리고 현장에 나가는게

더 급선무였다.

 

 

 

어제부로

 목수 일을 다 마칠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일요일

 일 시키는게

좀 그런 것 같았다.

해서, 하루 쉬고

월요일 마무리하는게 어떻겠느냐하고 의중을 떠봤더니  

듣던중 반가운 소리라며

다들 어린애처럼 좋아라 하였다.

 

 

하긴 저거도 인간인데

아무리 돈이 좋지만 쉴 때는 쉬어야 할게다.

 

목수오야지는

지가 사람을 붙여주어서 그런지

한소리했다고

고자 처가집 들락거리듯이

토요일 저녁에도 오고

일요일 아침에도 나왔다.

 

 

여차하면 지도 한 손 거들려고 온 모양이었다.

 

 

검은콩 우유를 한잔 마시면서

뭐가 잘 안됩니까 하고 물었다.

 

 

굳이 잘 안되는건 없고

처음 대면해서 그런지

손이 좀 늦은 것 같다고 하였더니

일이 의외로 많고

까다로와서 그럴거라고 했다.

나도 그럴꺼라고 맞장구쳤다.

일을 다 마치고 일꾼들이 하나둘 다 빠져나가고 나니

현장은 어느새 텅빈 공간으로 남겨졌다.

갑자기 일정에 공백이 생겨서 그렇겠지만

쉰다고 생각하니 한편은 반갑고 한편은 뭘 할까 하고

또 새로운 고민꺼리가 생겼다.

 

 

 

산행을 할까 ?

아니면 잠이나 좀 실컷 자볼까하다가

결국은 여행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행은 뚜렸한 목적지를

 찾아 가는 것도 잼있겠지만

아무런 목적지도 없이

그냥 발걸음 가는대로 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얼마를 달렸는지

일행이 가져온 차로 속리산 법주사 입구에

도착하니 꽤 잘 생긴 키가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사진을 한장 찍어야겠다고

폼을 잡았더니

같이 동행한  여인이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정일품 소나무라고 알려주었다.

-아.그래요

 

 

 

여행은 역시 야간 열차가 제격이었다. 

 낯선 여자와 함께 어깨를 맞대고

허벌스럽게 잠을 자는 것도 재미있었다.

 

 

얼마나 잤을까?

어깨를 기댄체 달콤한 꿈속을 헤맸던

그 여자는 어디서 내렸는지 간곳도 없고

빈 의자만 덩그렇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