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26/ 땡푼도 없다이

커피앤레인 2006. 8. 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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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땡푼도 없다이

 

 

오늘은 모처럼 젊은 집주인 내외가

기분이 좋은지

상량식 기념으로 저녁을 사겠다고 하였다. 

 

 

연이틀 회식에

신바람이 난건 일꾼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내일 일을 생각해서인지

술은 입에 대지도 않은체 회식이 끝나자 마자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가버렸다. 

 

 

 

시계는 이미 새벽 2시를 가리켰다.멀리 등대가 보였고

그 사이로 이따금 작은 배들이 불을 반짝반짝하며 지나갔다.

 

 

한 주 넘게 이곳에 있었지만

방축이란데는 처음 와 봤다.

 

 

나이가 제법 들어보이는

여인네가

길가에 좌판을 벌여놓고

성게랑 게불이랑 멍게 해삼 피조개 같은 것들을

팔고 있었는데

 

 

젊은 집주인은 벌써 취했나보다.

-사장님 여기가 이래봐도 멋진 곳이라예

하면서 옆자리에 앉은 여인을 힐끗힐끗 쳐다보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하였다.

 

 

 

 

소주랑 파도랑 같이 먹어서그런지  

술을 몇병이나 땄는데도 별로 취하지 않았다.

안주삼아 옆자리에 앉은 여인네들이

일찍 자리를 떠나자

사내는 못내 아쉬웠던지

사장님 ,우리 딱한잔만 더 하고 갑시다하고

또 손을 끌어당겼다.

 

 

-오늘은 그만 하고 다음날 또 합시다.하고

말하려는데  

기어이 한군데 더 가야한다며 사람을 보챘다. 

 

 

이 새벽에 어델 또 그렇게 갈려느냐고

하였더니

사장님은 아무 소리 하지 말고

그냥 따라오라고만 했다.

 

 

- 어려운 구조물도 다 끝났는데

 뭔 걱정입니까? 하고

그는 마냥기분이 좋은가보다.

지가 봐도 예술이라며 맘껏 쏠테니

오늘밤만은 지 단골집을 가자고 하였다.

 

H중공업에서는

제법 중간 간부급쯤 되어 보였는데

오늘밤만은 마눌이

사장님 수고했다고 한턱 쓰라면서

카드도 주고  시간도 무제한 주었다나 ....................

 

 

해서 그에 손에 끌려 들어갔더니

지하 특유의 쾌쾌한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나마 여기서는 괜찮은 축에 드나보다.

 

 

 

지딴에는 손님 대접한답시고

방어진에서는 그래도 물좋은 곳이라고

지하 나이트클럽으로 데리고 온 모양인데  

이 시간에 뭔 물거리가 좋을거라고 ..............

 

 

 

 

 

암튼 새벽시간인데도

스테이지에는 몇몇 남여가 무리지어 춤을 추고 있었다.

그나마 조금 빤빤하게 생긴 중년여자가

지가 무슨 가수나 된것처럼

온갖 폼을 다 잡고 허드레지게 노래를 부르며

같이 온 남자와 눈을 주고 받으며 닭살 애교를 떨었다.

 

 

 

집 주인은 의자에 앉자마자

-야야 도우미 없나 ?하고 큰소리로 떠들어댔다.

 

 

-아이고 오빠야 !이 밤에 뭔 도우미 

 

 

 -

이왕 들어왔으니 그냥 맥주 기본만 먹고 나갑시다 .

도우미는 무슨 도우미 ..........했더니

-왜 그러십니까

잘 나가시다가

제가 기분이 너무 좋아 사장님 모실려고 하는데

와? 여기 분위기 맘에 안드십니까

-그건아니고...........................

-그럼 룸살롱에 갈까예

-룸살롱은 무신 

지 말마따나 거기가  아지트인지

 몸무게가 족히 60kg은 되어보이는

우량녀 둘이가 옆자리에 꿰차고 앉았다.

 

 

 

아이고.이걸 우예야 하노?하고

한동안  스테이지만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더니

 

-와 안노능교

재미가 없읍니꺼?하고 한 여자가 물었다.

-그냥 조용히 좀 있고 싶어서

-야야 이 사장님 잘꼬셔봐라

예술가다 예술가

오늘 너거들 이 사장님 못 꼬시면

팁이고 지랄이고 땡푼도 없다이

알았나 ,,,,,,

하고는 주인여잔 또 딴 남자와  묻혀 지혼자 열심히 춤을 추며

빙빙돌았다.

그래. 어차피 가는 인생 ............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랴 !

이렇게 사는 것도 우찌보면 참 재미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