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32/ 각시탈

커피앤레인 2006. 8. 16. 09:42

 

16071

 

 각시탈

 

 

 

 

며칠째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탓인지

눈을 떴을 땐 바깥은 이미 더운 열기로 가득하였다.

이소장은 벌써 현장으로 나갔나보다.

 

간밤엔 묘령의 여인을 따라 울산까지 나들이를 했다.

태화강변을 따라 한참을 달렸더니 각시탈이라는 상호가 눈에 띄었는데

주인말로는 경주 양동 이회재선생 별채 헌 가옥에서

구해온 목재로 실내를 꾸몄다고 하였다.

나무결을 자세히 보니 호랑이 가죽처럼 무늬가 독특했다.

솜씨로 보아 전문 디자이너가 만든 작품은 아니고

주로 시골 헌집만 골라 수리하는 토박이 목수의 실력같았다.

 

 

 

하지만 얼기설기 만든 서까래며 조그마한 툇마루 까지

마치 외할머니 집에 온 것 같은 향수를 자극하였다.

해서 그런지 손님들이 꽤 많았다.

가오리 무침과 더덕동동주가 이 집의 진미라며 여자가 권했는데

여자는 부부가 이곳에서 4년째 라이브 공연을 한다고 귀뜸을했다.

마침 우리가 들어갔을땐 방금 라이브가 끝났나보다.

수염을 기른 남자가 문 앞까지 나와 손님을 영접했다.

 

방어진에서 태화강변 까지는 최소한 3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였다.

하지만 시간이 아깝지 않은 건 격에 맞는 공간이 있다는 것과

대화가 될 만한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30분 후 라이브는 계속되었고

11시가 넘자 오늘 공연은 모두 끝이 났나보다.

그제사 주인 내외가 인사차 왔다.

우린 덕담을 나누며   밤늦게까지 그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