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34/ 때론 독해야 산다

커피앤레인 2006. 8. 18. 10:36

 

16163

 

 때론 독해야 산다

 

 

 

 

오늘따라 바람이 거센가보다.

파도소리가 더 거칠었다.

아무래도 비가 올것 같은 예감이 들어 베란다쪽으로 갔더니

아닌게 아니라 가랑비 같은 가는 빗방울이 망 사이로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이 소장은 고단한지

이불을 끌어안고 다리를 웅크린체 자고 있었다.

 

 

한참동안 눈을 떴다 감았다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누워있으니 이 소장이 어느새 잠에서 깨어났는지

에어컨을 끄고 tv부터 먼저 켰다.

그는 바람을 몹씨 싫어했다.

반대로 나는 밤새 공기가 찹잡해야 기분좋게 숙면을 할 수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에어컨을 끄는 것을보니 지 딴에는 꽤 추웠던가 보다.

 

 

우쿵이라는 태풍의 영향때문인지 방어진은

어제 저녁부터 비가 간헐적으로 뿌려댔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일은 접는게 더 옳은 것같았다.

비가오면 경량철골조는

지붕이 미끄러워 올라가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크레인 기사도 지가 먼저알고

전화를 걸어 현장에 들어오지 않아도 되지요하고 확인을 했다.

-그러게..............아무래도 않되겠다.내일 통화하자.

 

 

통화가 끝난뒤 한참동안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견적도 받고 가격도 물어보고 다음공정도 조율했는데

이 소장은 그새 또 잠이 들었는지

한옆으로 꼬구라져 자고 있었다.

 

 

 

어젠 나도 열이 났고 일도 뭣같이 해놓아서 

한바탕 난리를 쳤더니 조금은 눈치가 보였는지

행동도 조심하고 말도 조심하는게 역력했다.

 

 

 

그렇다고  낮에 너무 마음을 상하게 한 것 같아

간밤엔 잔치집 한정식으로 그만 따로 불러 술을 한잔 권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무래도 건축먹기는 아닌 것 같았다.

 

 

 사람은 좋은데 건축에는 조금 맞지 않을정도로

성격이  유순하고 소심하였다.

 

 

원래 중간관리자란 유순하거나 너무 소심하면

현장에서 일꾼을 다루기 못했다.

때문에 공사판에서는 뭐라할땐 확실히 뭐라하고  

나무랄땐 눈물이 쏙 나도록 나무라야했다.

관리자가 너무 느슨하면

일꾼들은 그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 들었다.

.

 

 

 

하긴 그들로서는 다음 공정이나

마무리에 대한 책임이없으니

우짜든지 지 하기 좋은 대로 하고

인건비만 받아가면 되지만

그 중에는 간혹 못된 놈도 더러 있었다. 

.

 

 

 

 

때문에 현장에서는

관리자는 너무 가까워도 탈이고 너무 멀어도 탈이었다.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권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직위로만 되는게 아니라 아는게 있어야 하고

때로는 미움을 받더라도 큰 소리도 칠 줄 알아야했다.

 

한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감놓아라 배놓아라 하고 씨부렁거리면

일꾼들이 먼저알고

아 저거 완전히 초짜구나하고

사람을 까먹으려고 달려들었다.

아니면 겁준다고  망치놓고

니나 잘하세요하고

간다온다말도없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놈들도 있었다.

 

 

때문에 관리자는

건축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있어야했지만  

경험도 풍부하고  사람다루는 요령도 능수능란해야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소장은 너무 물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