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40/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커피앤레인 2006. 8. 2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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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바깥은 여전히 어두운지 해면만 어렴프시 보였다.

곽씨는 아직도 한 밤중이었다.

오늘은 아무래도 부산을 한번 다녀와야 할 것 같았다.

-벌써 일어났습니까?

곽씨는 일어나자마자 세수부터했다.

그런데 그게   마치 고양이 세수 하듯이 했다. 

채 1분도 안걸렸다.

 

 

그도 나이가 이제 50이 넘었는데  철공쟁이치고는 꽤 향학열이 높았다.

요즘도 중국어/영어성경은 필수 교재처럼 늘 갖고 다녔다.

 

 

한번씩 오버를 해서 그렇지 사람은 착했다.

단지 머리가 좀 따라주지 않는게 흠이었다.

때문에 같은 일이라도 두번은 숙지 시켜야 제대로 말귀를 알아듣고

자기 고집을 꺽었다.

 

 

 

늦은 밤, 잠시 현장을 둘러보러갔더니 

집 주인이 와이프랑 아이들을 모조리 오토바이에 싣고

 집 자랑을 하려는지 떼거리로 몰려왔다.

 바깥에서 들어보니 이것도 안했고 저것도 안했고 해사면서 제마눌한테 한참동안 설명을 하였다.

보아하니 잘못알고 있는게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아마도 설계도를 보기는 봤겠지만 제대로 안봤는지

이것저것 캐물으며 창이 어떻고 저떻고 했다.

해서,설계도 펴놓고 조목조목 틀린점과 옳은점을

콩이야 팥이야 하고 가르쳐 주었더니

그제사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설계를 할때 두 사람이 하였나보다.

처음사람이 그린 의도하고 뒤에 사람이 그린 의도하고는 전혀

맞지 않았다.

알고보니 집주인  형님이 둘다 설계사인데 큰 형이 먼저 그리다가

별로 크지도 않고 돈도 안될뿐아니라

괜히 잘못해놓으면 시숙체면이 말이아니라 생각했는지

그 아래동생에게 맡긴모양이었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그린 의도가 전혀 달랐다.

두개의 집이  오버랩되면서 천장이 어떻게 마감이 되는지도 모른채

창틀만 딥다 크게 그려놓았다.  

의도는 동이트면 햇살이 거실까지 환하게 들어오라고 만든 고정창이었지만

뒷설계는 베란다 천장이 그걸 완전히 망가뜨렸다. 

한데 설명은 그럴듯하게 했는지 집주인에게 아무리 문제점을 설명해도

쉽사리 수긍을 하려 하지 않았다.

 

 

 

해서, 스치로풀 막대기로 벽이 어떻게 막히고

베란다와 지붕외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실물로 설명을 했더니

그제사 설계가 상당히 탁상공론식으로 그려졌구나하는걸 깨닫는 눈치였다.

하기사  하늘같은 자기 형님이 그렸다는데 우찌 안 믿겠느냐마는

내가 보기엔 실상은 자기 형님 밑에서 일하는  애들이 대충그려서

허가만 받아 준 것 같았다.

더 기절초풍할 노릇은 경량철골조를 제대로 공부를 안하였는지

아니면 경험이 부족한건지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뼈대 도면조차 없었다.

 

 

 

송소장이 한 동안 현장 감독을 좀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도

바로 요런 맹점 때문인 것 같았다.

7-8월의 한 더위가 지나면 폭염으로 맨 위층 스브라 집은

한동안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아 저녁까지 사람을 짜증스럽게 했다.

사실 몰라서 그렇지 에어콘 하나 사는 값이면

혹한과 혹서를 피할 시트를 세번도 더 깔고도 돈이 남을건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이나 사람이나 우찌 그리 외모에만 관심이 많은지................

알다가도 모를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