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야든지 잘 살아보자이
누군가 잠을 깨웠다.
오늘은 일찍 일어나봐야 별 볼일도 없는데.............
가을하늘이 너무 맑고 청명하니
어디론가 가고 싶은 모양이었다.
한데, 우야노 난 열쇠도 없는데.....................
후배는 아직 오지 않았다,
간밤에 그토록 일찍 사무실 문을 좀 열어두라했는데
지도 늦잠을 잤는지 여태 오지 않았다.
근처 슈퍼마켓에 가서 팹시콜라를 하나 사먹었더니
뱃속이 알싸한게 기분이 좋았다.
이른 아침부터 콜라를 마시는 날은 그 전날 영낙없이 소주병을 많이 마셨다는
증거였다.
삼십분 뒤 후배는 삼실 문을 열어두었으니 이제 들어가도 된다고 휴대폰을 때리고는
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사달은 저녁무렵 인천에 사는 원경이한테서 전화를 받고 부터였다.
자기가 사는 아파트 리모델링 스케취한 것이 보고싶다며
급히 팩스를 하나 보내달라고 했다.
한데 울삼실 팩스가 고장이 나
부랴부랴 다른 사무실 팩스기계를 이용하려고 급히 나오다보니
아뿔사. 책상 위에 열쇠뭉치를 놓아둔 것도 모르고 그냥 문을 잠가버렸다.
아이고 이걸 우야노...........
웃도리도 지갑도 다 놓아둔체 슬리퍼만 신고 밖을 나왔는데 ..............
하지만 정신을 차렸을땐 이미 엎지러진 물이었다.
일단 팩스를 보낸 뒤 종호네 가게에(누리에 ) 들려 시간이나 좀 때울가하고 들어갔더니
송제 이상개 선생과 원무현 시인이 방금 저녁을 먹고
맥주나 한잔 하고 싶어 들렸다며 앉아있었다.
어차피 오늘 밤은
비 맞은 중 신세인데 잘 되었다하고
꼽싸리 끼어 놀다가 며칠전 원 시인이 우찌우찌하여
내 블로그에 들어왔단다.
해서 그게 너무 신통망통해서
그 경위를 알아봤더니 이게 예사 일이 아니었다.
그날 따라 이 놈이 쪼매 보고싶어 네이버에다 이름을 쳐 넣고
엔터를 팍 때렸더니 아이고메!
뭐가 줄줄이 사탕처럼 쫙 나오는데
건축하는 누구누구가 지금 사이버에서
몬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다 일러주더라나
(아이고! 이게 뭔 일이여 ..................
난 또 여기서 놀면 그냥 노는줄만 알았지
고로콤 다 까발려질줄은 몰랐잖아
세상에, 세상에,이 일을 우야믄 좋노? )
정말 무서븐 세상이었다.
잠은 자야겠고 염치코치 불구하고 밤늦게 주인집 아짐씨한테 전화를 걸어
나 오늘 열쇠를 잃어버려 노숙자하고 놀아야 되겠습니다. 했더니
이 놈의 혀가 제법 꼬부라진줄 알았는지
문 열어놓을테니 걱정하지말고
언제든지 오세요하며 애교를 실실 떨었다.
아이고! 요땐 왜 가슴이 또 두근반 세근반하는지................
아무튼 요놈의 가슴은 뭔 게이지를 달아두었는지
순간순간 제 기분에 따라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다가
조금이라도 제 기분 나쁘면 날 잡아먹으라는 듯이 꼼짝도 안하고 심통만 냅다 부렸다.
(해서,가슴아 가슴아
니캉 내캉 몬 웬쑤 진 일도 없는데
우야든지 우리 함 잘 살아보자이....하고 오늘밤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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