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66/이렇게 허술할 수가

커피앤레인 2006. 9. 2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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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허술할 수가

 

날이 밝은지 잠이 깨어 어둠속에서 더듬더듬 시계를 쳐다 보았더니

아직은 이른 시각이었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고 오늘 하루도

지혜롭게 당당하고 살도록 기도하였다.

 

샤워부스 히노끼 벽체와 깔판을 위해

프리핸드로 도면을 그린 후 아침에 팩스를 보낼 준비를 끝내고

숙소를 나오니 신선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안았다.

살면서 일한다는 것 만큼 즐거운 일도 별로없었다.

 

 

인테리어 목수한테서 전화가 걸려와

부평 사거리에서 어디로 가야하느냐고 물었다.

만수동 시장 쪽으로 와야한다고 아르켜주고 나니

마치 내가 인천사람이 다 된 것 같았다.

 

 

 철거는 어제부로 완전히 끝이 났는데 마지막 남은 벽지까지 다 뜯고나니

마치 여인이 발가벗은 것 처럼 속살이 훤하게 드러났다.

사람이나 집이나  너무 벗으면 멋이 없긴 마찬가지 인지 보기가 좀 그랬다.

주택공사가 지은 아파트라면  그나마 대한민국에서 잘 짓기로 소문이 나 있는데

19년여 전에 지은 것이라그런지 허술한데가 한 두군데가 아니었다.

벽체나 천정에 석고보드 하나 친 게 없었다.

그야말로 맨살에 옷을 걸친 것 처럼 콘크리트 위에다 벽지만 달랑 발라놓았다.

 

 

 

누군가 여기에 살면서 조금은 추웠을 것 같기도하고 때로는 난방비도 조금은 더 들었을 것이고

윗층에서 쿵쾅하면 여과없이 소리가 그대로 다 들렸을 것 같기도 하였다.

어차피 고치는 것 제대로 고쳐주자하고 상당량의 석고보드나 MDF와 같은

자재를 옮기려니 에레베이트로는 사용이 아예 불가능하였다.

해서 궁여지책으로  고층용 사다리를 불렀더니

겨우 1시간도 채 안되었는데  10만원을 달라고 하였다.

 

 

 

하루 일과가 끝나자 일꾼들도 피곤했나보다.

얼른 옷을 갈아입고 제각기 흝어졌는데 텅빈 현장에 혼자 남아서

발가벗은 벽체와 천장을  다시 훑어보고 미쳐 알지 못했던 것들을 다시 꼼꼼히 체크한 뒤에

목문부터 주문하였다.

그리고 목수팀과 방수팀 전기팀에게 제다 전화를 걸어 스탠바이를 알리었다.

 

 

 

바이올렛님은 마침 숙소근처에 살아서 그런지 집에 대한 상의도 할겸

저녁이나 같이하자고 약속하고 히메지성에서 만나자고 하였는데

조명상회에 들렸다가 이것저것 보다보니 무려 20여분이나 지각을 하였다.

 

 

첫미팅에 늦어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한다음 예약한 곳으로 안내를 하였더니

주위가 깔끔하고 조용해서 그런지 퍽 만족해하는 표정이었다.

생각보다 더 어려보이는 것 같아 가족관계를 물어봤더니 아이가 둘이나 된다고 하였다.

집에대한 야기 부터 시작하여 나중에는 신앙이야기.

삶에대한 이야기등으로 다양한 화제로  옮겼는데 퍽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원경이는 한밤중에 집에 들렸다 왔는지

집을 완전히 발가벗겨놓았네요하고 혼자 웃었다.

 

 

 

잠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낼 다시 보자하고 전화로 약속을 하고는

숙소로 돌아오니 화장실 불이 여전히 오지 않았다.

캄캄한 욕실에서 샤워하기가 뭣해서 주인 아주머니한테

아직도 안고쳤네요하고 이야기를 하였더니

지도 미쳐 알지 못하였는지 미안해 어쩔줄 몰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