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부르에서
.
옷을 홀랑 벗고 샤워를 할려고 화장실 문을 여니
밤새 언 놈이 왔다갔는지 화장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아직도 꼭두새벽이라 모텔 주인을 깨우기도 그렇고하여
스킨으로 대충 얼굴만 딱고는 에레베이트를 내려오는데
주인 아짐씨가 방금 일어났는지 하품을 하며 입구에 서 있었다.
화장실 문이 안열려요....하고
새수도 못하고 간다느니 불이 켜지지 않는다느니
어젠 방청소도 안해 놓았드라느니 하고 아침부터 매주알 고주알 하기도 그래서
젊잖게 방 좀 바꿔주세요 하고 내딴엔 최대한 부드럽게
말하곤 그냥 나와버렸다.
셀부르는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했다.
원경이는 저녁 늦게 돌아와 잠시동안 집안을 훑어보고는
저녁을 아직도 안먹었다고 하였다.
그럼 쉘부르에가서 저녁이나 먹자하고 차를 경인고속도로로 올렸다.
몇해전 카리스호텔을 공사하면서 여러번 와 본 경험때문인지
전혀 낯이 설거나 불편하지도 않았다.
우리가 간시간이 마침 피크타임인지
웨이터는 두사람만이 앉을수 있는 좁은 좌석으로 안내했다.
우린 제법 근사한 저녁을 먹으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리 피크타임이라지만 닭장같은 좌석에서
밥을 먹기는 좀 뭣해서 자리를 옮겨달라고 했더니
도리어 저거가 양해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하지만 양해할게 따로 있지
아름다운 여인도 대동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좁은데서 밥을 먹을 수가 있느냐했더니
웨이터는 마지못해 4인석으로 바꾸어 주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마침 우리가 간 시간이 가수 이용이 노래할 시간과 겹쳐진 모양이었다.
아무튼 밥을 먹는 동안은 무대 위에서 한 젊은 친구가
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지나 관객이나 별로 신명이 안나는지 박수가 영 시언찮았다.
잠시 후 가수 이용이 나타나자 홀안은 어느새 열기로 가득하였다.
원경이는 보즐레를 마시면서 기분이 좋은지 연방 박수를 쳐댔다.
나중에는 이용의 싸인까지 받고 싶다고 하여 웨이터를 불러
싸인을 하나 받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웨이터가 지배인한테 가더니 뭐라뭐라 했나보다.
일단 말씀을 해보지만 장담은 할 수가 없다고했다.
아무튼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밤은 언제나 들어도 역시 대단했다.
계절도 계절이고 분위기도 한껏 달아올라서 그런지
마치 10월을 한달 앞당겨 갔다 놓은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대체로 무대에서 내려오면 가수들은 그냥 가버린다고 했다.
한데,간밤에는 고맙게도 우리 자리까지 찾아와 거꺼이 친필 싸인을 해주었다.
즉석에서 그의 씨디를 살 수 없었던게 조금은 아쉬웠지만...............
잊을수 없는 아름다운 밤이었다.
.
'아침에 쓰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에 쓰는 일기 169/ 아내의 메시지 (0) | 2006.09.24 |
---|---|
아침에 쓰는 일기 168/ 연애하는 기분 (0) | 2006.09.23 |
아침에 쓰는 일기 166/이렇게 허술할 수가 (0) | 2006.09.20 |
아침에 쓰는 일기 165/ 물 새는걸 잡아라 (0) | 2006.09.19 |
아침에 쓰는 일기 164/ 이것이 집이다 (0) | 2006.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