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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는 기분
예상했던 것 보다 목수일이 더 더뎠다.
물론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
호흡을 맞추기가 그리 쉽진 않았겠지만
아무리봐도 머리가 잘 따라가지 않은 것 같았다.
거기다 작업 환경도 열악하고 일도 까다로운건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일이 더디다보니 조바심이 났다.
아무래도 예상했던 금액보다 인건비가 더 나갈 것 같았다.
건축은 늘 쩐의 전쟁이었다.
원경이는 아침에 현장에 들렸다가 잠시 목재소 근처에 내려주고는
회사에 바쁜 일이 있다며 저 혼자 횡하니 가버렸다.
원하는 템버보드를 구하려 인근 목재 취급소를 두군데나 가봤지만
그런 자재엔 별로 관심도 없는지 kcc샘플 하나만 달랑 내놓았다.
새로온 목수는 이 목수와는 뭐가 잘 안맞는지 자주 다투었다.
이 목수는 이 목수 나름대로 불만이 많은지 입이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하도 분위기가 지랄같아서 와? 오늘 이 목수 생리하요?하고 물었더니
지도 멋 적었든지 남자가 뭔생리를 합니까하고 낄낄거렸다.
아무튼튼 종일 이것저것 시키며 두 놈을 조정하느라 애를 먹다보니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피곤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집이 점점 틀을 잡아가고 있어
기분은 그리 나쁘진 않았다.
원경이는 크리스탈 촛대등을 거실에 붙이고 .
방엔 갤러리 창을 덧문으로 달고 싶어했는데
어젠 격자창을 없애고 거실을 16mm 페아그라스를 넣었으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바깥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그렇잖아도 큰 통창을 넣어주고 싶었는데 주어진 예산이
너무 빡빡해 일단 검토해보자하고 뒤로 미루었다.
기초공사도 끝났고 월요일이면 목공일도 거의 끝나기 때문에
모레부터는 본격적으로 꾸밈이 시작될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구상했던 대로 집이 제대로 된 것 같아
다행이었는데 건축이나 인테리어나 비슷한 것은
둘다 연애하는 기분으로 임할 때 좋은 작품도 나오고 일하는 보람도 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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