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68/ 연애하는 기분

커피앤레인 2006. 9. 2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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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는 기분

 

 

 

 

예상했던 것 보다 목수일이 더 더뎠다.

물론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

호흡을 맞추기가 그리 쉽진 않았겠지만

아무리봐도 머리가 잘 따라가지 않은 것 같았다.

거기다  작업 환경도 열악하고 일도 까다로운건 사실이지만

생각보다 일이  더디다보니  조바심이 났다. 

아무래도 예상했던 금액보다 인건비가 더 나갈 것 같았다.

건축은 늘 쩐의 전쟁이었다.

 

 

 

 

 

 

 

원경이는 아침에  현장에 들렸다가 잠시 목재소 근처에 내려주고는

회사에 바쁜 일이 있다며 저 혼자 횡하니 가버렸다.

원하는 템버보드를 구하려 인근 목재 취급소를 두군데나 가봤지만

그런 자재엔 별로 관심도 없는지 kcc샘플 하나만 달랑 내놓았다.

 새로온 목수는 이 목수와는 뭐가 잘 안맞는지 자주 다투었다.

이 목수는 이 목수  나름대로 불만이 많은지 입이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하도 분위기가 지랄같아서  와? 오늘 이 목수 생리하요?하고 물었더니

지도 멋 적었든지 남자가 뭔생리를 합니까하고 낄낄거렸다.

 

 

아무튼튼 종일 이것저것 시키며 두 놈을 조정하느라 애를 먹다보니

오늘은 다른 날보다  더 피곤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집이 점점  틀을 잡아가고 있어

기분은 그리 나쁘진 않았다.

 

 

 

원경이는 크리스탈 촛대등을 거실에 붙이고 .

 방엔 갤러리 창을 덧문으로 달고 싶어했는데

어젠 격자창을 없애고 거실을 16mm 페아그라스를 넣었으면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바깥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그렇잖아도 큰 통창을 넣어주고 싶었는데 주어진 예산이

 너무 빡빡해 일단 검토해보자하고 뒤로 미루었다. 

 

기초공사도 끝났고 월요일이면 목공일도 거의 끝나기 때문에 

모레부터는 본격적으로 꾸밈이 시작될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구상했던 대로 집이 제대로 된 것 같아

다행이었는데 건축이나 인테리어나 비슷한 것은

둘다 연애하는 기분으로 임할 때 좋은 작품도 나오고 일하는 보람도 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