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93/ 차라리 여자를 끊는다 해라

커피앤레인 2006. 10. 20. 13:28


 

 

차라리 여자를 끊는다 해라

 

 


 키에르케골은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라고 갈파하였다.

난 그의 말을 오래동안 기억했다.

사실 절망보다 더 무서운 병은 없었다.

 

간밤엔 자갈치축제가 어떻게 진행되는가 보고싶어
혼자 이곳저곳을 기웃기웃했다.
예년에 비해 규모도 엄청나고 사람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잠시 국제시장에 들려 원경이가 선물한  선글라쓰를 고치고
광복동으로 나오니 오여사와 택시운전을 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한 오선생과 일본인 니쇼상이
길거리에서 복숭아쥬스를 마시고 있었다.

-아이고.니쇼상.히사시부리데스네.

-하이.오겡끼데스까
옛말에 뭘 피하면 뭘 만나다더니 참 잘만났다며 기어이 자갈치로 사람을 끌어댕겼다.

 술이 한 순배돌자 정학장과 동양 라이트의 박사장도 함께 합류를 했다.
박사장은 지하철 비상등을 고안한 사람이었다.

그는 술버릇이 상당히 독특하였다.
자리에 술자리에 앉으면 반드시 폭탄주를 제조하였다.
그것도 한 두차례가 아니라  5-6차례 이상을 만들어 좌.우로 돌렸다.

가뜩이나 요즘들어 부쩍 술자리가 많아 되도록이면 사양하려고 하였는데

이런 술귀신들을 만나면  그 날 밤은 거의 인사불성이 되어야 풀려났다.

하기사 아버님이 워낙 애주가라 피는 못속이는지

아직까지 추태는 한번도 부리지 않았는데 .......................

아침에 일어나니 신발은 신발대로 옷은 옷대로 지혼자 나둥그러져있었다.

해서, 이 참에 술을 끊어?말어?하고 고민을 하는데

언 놈이 간밤애 이쁜 여자하고 어디 좋은데 갔나? 전화도 않되던데.................하고

부아를 실실 올렸다.

해서, 이 참에 술을 좀 끊어볼까?한다했더니

-아이고.그 좋은걸 끊어? 차라리 여자를 끊는다.해라 .................하고

남의 속을 확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