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220/ 아무도 없능교

커피앤레인 2006. 11. 16. 12:27

 

19465

아무도 없능교

 

 

 

 

낙엽제가 열리는가보다.

누군가 계단 좌우에 낙엽을 한웅큼씩 뿌려놓았다.

올해로 16년째 하는 행사라고 하였다.

조그마한 카페에서나마 가을을 물씬 느끼도록

바닥에도 온통 낙엽으로 가득채웠다. 

낙엽제가 열리면 1년에 한번 첼로 연주도 하고 섹스폰도 불고

라이브음악도 들을수 있었다.

부산에서 그나마 낭만이 있고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이

누리에였다.

그 외에도 계림.강나루.수미산.양산박이 있었지만 

저마다 색갈이 특이했다. 

 

계림은 주로 환쟁이들이 들락날락 거렸고

강나루는 시인 묵객이 주로 드나들며

수미산은 연극하는  이들이

누리에는 음악이나 그림이나 저널리스트들이

자주 모이는 곳으로 유명했다.

.

배사장과 함께 이왕 밀양에 온김에

돌조각을 하는 후배의 집을 한번 보는게 어떻겠느냐했더니

구미가 실실 당기는 갑다.

얼마든지 가봅시다하더니 겁도 없이 차를 냅다 몰았다.

 

 

산길을 따라 한참을 가더니 점점 길이 좁아지자 

겁이나는지 설마 길을 잘못든건 아니지오........하고  연방 고개를 갸우뚱했다.

_여기는 원래 이렇소.조그만 더 올라가봅시다 .했더니

아무래도 미심쩍은가보다.

-요 어디메쯤 차를 세워놓고 갔다오면 않되겠습니까?하고 또 물었다.

하기사 걸어도 10분이면 도착할 거리이니까 마을입구 공터에 세워놓고

수풀을 헤치고 언덕을 따라 올라갔더니

집은 옛집 그대로인데 사람사는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

한동안 돌을 주문한답시고 어딘가 돌아다니다가

언 년하고 눈이 맞았는지 한달인가 두달인가 집에 안들어왔다가

이혼을 하니 안하니 하고 시끄럽더니만

어차피 갈라설걸 깨끗이 헤어지자하고 각자 제길로 가기로 했나보다.

그 많던 석조각도 살림도 법당도 어데로 갔는지 흔적조차 보이지않았다.

 

 

주인이 떠난 빈터엔

장승 두개가 빈집을 무끄럼히 내려다보고 말없이 서있었다.

인간이나 집이나 모든게 제자리에 있어야 훈기도 나고 생기도 도는데 

오래동안 아까운 땅을 방치하였든지 헌책들만 즐비히 널부르져있었다.

살다보면 때로는 예기치않은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기도 하고

이혼도 하지만 그 놈의 바람이 뭔지 ...........되돌아오는 발걸음이 씁스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