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243/ 한 이불 속에서 자도

커피앤레인 2006. 12. 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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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불 속에서 자도

 

 

은행잎이 수북히 쌓인 도로 위로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빠알간 난로불이 금새 사방을 훈훈하게 하는 아침

커피를 한잔 마시며 간밤에 올라온 견적서를 다시한번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조금은 게으름도 나고 나이도 느껴져 이제는 현장에서 뛰기보다는  

인스펙트만 하는게 좋을것 같아 디자인이랑 공사견적서를

조금이라도 젊은 김소장에게  던져주었더니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어버린 꼴이됐다.

 

 

저쪽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뭐가 나왔는가 하고 눈이 빠지게 기다릴텐데

아무래도 오늘 오후는 내내 책상머리에 앉아 처음부터 다시 일을 시작해야할 것 같았다.

아무튼 디자인 컨샢부터 새로 설정하고 거기에 맞춰 견적서를 다시 만들려고 하니 

괜히 한 주간을 그렇게 속절없이 보낸게 여간 후회스럽지 않았다.

막말로 두 눈 딱 감고 이 정도 예산이 드니 할려면 하고 하기싫으면 그만두라하고 그냥 던져 주어버리면

마음도 편하고 시간도 절약되겠는데 그러기엔 뭔가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바닥 생리는 공사수주란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언제나 50대 50이었다.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않되는건 않되었다.

때로는 봉사 길 가르쳐 주듯이 디자인만 노출될 때도 허다했다.

 

그런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느때는 설계며 디자인이며 공사계약까지도 다 마쳤는데도

나중에 뒷통수를 치려는 인간들도 있었다.

그럴땐 솔직히 말해 죽이고 싶을만큼 미웠다.

그래도 이게 천직이겠거니하고 그냥 웃어 넘기며 분을 삭였다.

아무튼 새로운 시도도 한번 해볼겸 하부조직도 좀 튼튼히 하자고 김소장에게 맡겼더니

오히려 짐만 더 가중시키는 꼴이 되어버렸다.

시체말로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더니 모든게 제맘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면 또 세상사는 재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해서 세상은 열탕과 냉탕을 번갈아 오가며 인생을 배우는가 보다.

 

오늘은 비도 오고 날씨도 그렇고 해서, 삼실에서 올만에 후배와 같이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새 쌓인 앙금들이  제법 많았나보다.

어쩌면 같은 사건을 놓고도 서로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보고있었다니

참으로 신기했다.

어쩌면 한 이불속에서 평생을 몸을 맞대고  사는 부부도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사는데  전혀 존경하지도 않고 믿지도 못하면서

우린 어쩌면 다들 그렇게 천연덕스럽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할수록 신통망통했다.

 

아무튼  오늘은 늦가을비가  더 서글퍼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