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되면 꼭 만나시라요
두문 (두만강을 옆에 끼고 북한과 마주보는 중국국경 도시)에서
출발한 기차는 24시간동안 북경을 항하여 계속하여 달렸다.
이따금 연료와 물을 공급 받느라 낯선 역에서 30분가량 정차한 것 빼고는
기차는 밤새 달렸다.
연변에서 두문까지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두문에 가면 다리 건너 이북이 보였다.
다리 밑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이 두만강이었다.
강폭은 그리 넓지않았다.
육안으로봐서는 강물도 그리 깊지않은 것 같았다.
기차는 연변에서 2시 45분쯤 통과하였다.
연변은 겨울나기가 몹씨 상그러웠다.
일단 공기가 너무 탁했다.
연료로 사용하는 것들이 대부눈 석탄이나 갈탄이다보니
연탄 타는 냄새 같은것이 코를 찔렀다.
간판마다 한문과 한글을 번갈아 써 놓았기 때문에 별다른 불편은 없었지만
거리풍경은 우리의 5-60년대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았다.
돌이켜보니 전화번호 하나만 달랑 들고 연변으로 찾아간게 대단하였다.
디자인을 의뢰한다고 하여 북경이 어딘지 연변이 어딘지도 모르고
그 낯선 동네를 겁도없이 무작정 짐을 꾸려 떠난 것을 보면
역마살이 끼여도 단단히 끼인 모양이었다.
한국 보다는 엄청 춥다는 그 쪽 말만 듣고 생전에 잘 입지도 않던
무스탕에 마후라까지 걸치고 다니니 중국앵벌이 눈엔 한국에서온 돈많은 부자사장쯤으로 보였나보다.
호텔문을 나서기가 무섭게 매일같이 앵벌이 5-6명이 우르르 몰려와 돈을 달라고 구걸하였다.
며칠간 그곳에 머무는 동안 자주 거리를 지나 다녀서그런지
저거도 낯이 익었나보다.
멀리서도 알아보고 손살같이 달려왔다.
중국앵벌이는 한국과 달리 집념이 상당했다.
그들은 돈을 달라하면서 언제나 한쪽 무릎을 꼭꼭 땅에 꿇었다.
미쳐 돈을 주지 않거나 성가신듯이 그냥 모른채 하면
그들은 어느새 달려갔는지 4-5m앞으로 달려가 또 무릎을 꿇었다.
한 해가 지나고 나니 새삼스레 연변의 서시장과 유경호텔과 북경 왕푸진거리들이
기억에 새록새록했다.
유경호텔은 북한이 운영하는 호텔인데 중국음식을 잘 못먹자 송자가 이 놈을 배련한답시고
데리고 간 곳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북한 공작소 같은 곳이었다.
연변에 머무는 동안 저녁은 꼭꼭 거기서 먹었는데 .................
그새 안내원 여성동무하고 정이 들었나보다.
-인차 가십니까?하더니
통일되면 꼭 만나시라요.하고 못내 서운해했다.
-그럽시다.하고 나도 섭섭해 얼마간의 팁을 건넸더니
첫날은 한사코 사양하더니 그날은 내부토의를 거쳤는지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아침에 쓰는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침에 쓰는 일기 271/ 니혼진 데스까 (0) | 2007.01.05 |
---|---|
아침에 쓰는 일기 264/부자 아무나 되나 (0) | 2006.12.28 |
아침에 쓰는 일기 262/ 침대 움직이는 소리 (0) | 2006.12.26 |
아침에 쓰는 일기 261/ 성당이 더 재미있네 (0) | 2006.12.25 |
아침에 쓰는 일기 260/ 메리 크리스마스여 (0) | 2006.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