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는 아무나 하나
잡기에 능한 사람들은 여러모로 재미는 있지만 실속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인생이란게 늘 1은 1이고 2는 2 라고만 하고 살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때론 잡기도 삶의 한 수단으로 유용했다.
하지만 벌건 대낮에 그것도 일을 해야하는 사람이
화투장을 잡고 있거나 포카를 돌리고 있는 것을 보면
저게 제정신이가? 아이가? 하고 때로는 인간이 싫어졌다.
물론 이 놈도 잡기를 전혀 모르는 건 아니었다
고스톱도 칠 줄알고 장기도 뜰줄알고 바둑도 최소한 맥은 알았지만
그 뭐라카노?
뺑뺑이 돌리는 춤은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그게 늘 좀 그랬다.
그나마 노래는 오데가도 공짜술 얻어먹을 정도로 빠지진 않았다.
한데 노래도 어느정도 술이 들어가야 감정도 생기고 분위기도 잡혔다.
이 놈이 잘부르는 노래는 이미자 노래 배호버전의 울어라 열풍아로 부터 시작해서
그대그리고 나 / 동행/ 숨어우는 바람소리/ 낙엽은 지는데/긴머리소녀는 눈감고도 한 노래했다.
지난해 여름 방어진 공사를 하면서 식당아짐씨가 밥많이 팔아준다고
자기가 한턱낸다고 가자해서 객지에서 심심도하고 일꾼들도 무료한 것 같아
같이 따라갔더니 목화밭인가 오덴가 지하로 안내했다.
한눈에 봐도 시골식 나이트 클럽이었는데 손님 지 맘대로 술먹고 싶으면 술먹고
노래부르고 싶으면 노래부르고 춤추고싶으면 스테이지에 나가 춤을 추면 되는 곳이었다.
홀은 제법 넓은데 오늘따라 손님은 없는지 자리가 휑했다.
하지만 스테이지에는 언 놈이 초저녁부터 술에 째렸는지
온갖 똥폼을 다잡고 열창을 하고 있었다.
한데 지나름대로 노래 공부는 좀했는지 노래하는 폼이 예사 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은근히 주인한테 저 사람 뭐하는사람입니까하고 물었더니 예전에 가수하러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현대중공업에 작업반장을 한다나 우짠다나.....................
꽤 돈을 많이받는지 그리 궁색한 편은 아니라고 하였다.
그래서그런건지 이 친구 갑자기 관객이 늘자 신명이 났나보다.
댑다 대여섯곡을 열창을 했다.
해서, 미친척하고 부라보 ...............................하면서
이왕에 온 것 손뼉이나 실컷 쳐주자하고 손뼉을 열심히 쳐주었더니
고맙다며 그새 맥주를 세병이나 보냈다.
(아이고 요게 뭐꼬? )
아무튼 울 차례가 되어서 내가 함부를께 하고 마이크를 빼앗아
분위기를 착 깔고 조영남의 낙엽은 지는데/ 를 불렀더니 이게 아예 우리 자리로 와서
같이 놀자며 그날로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오잉!이게 몬 씨나락 까묵는 소리여.........
근데 더 웃기는건
_행님 ............제가 돈 대줄테니까 서울 가서 가수하라고 밤새 보챘다.
(문둥아......누군 가수 안하고 싶어 안하나? 가문 버린다고 하도 어른들이 뭐라해서 못했지.
잠잠한 가슴에 돌 던지지 마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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