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305/ 비오는 날의 무료급식소

커피앤레인 2007. 2. 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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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의  무료급식소

 

 

 

봄비 내리는 날,  Kenny G 음악이 감미롭게 사람의 마음을 훔쳤다.

그래도 봄비는 대접을 받지만 같은 비라도 겨울비는 사람의 마음을 음울하게 했다.

사람이나 비나 우찌도 그리 비슷한지 .............

잘 난 여자는 모든게 다 이뻐보였고 못난 여자는 모든게 심통맞아보였다.

그건 남자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이제 겨울도 서서히 물러날 때가 되었나보다.

비는 언제나 다음 계절을 신호했다.원 詩人은 선생님 기대가 큽니다.하고 술잔을 권했다.

원시인은  엊그저께 때아닌 날 밤을 새우도록한 장본인이었다.

누군가 한 독지가가 사회봉사단체를 위하여 거금을 내어 놓았다고 하였다.

한데 사회봉사단체가 너무 많다보니 한단체에 배당되는 돈은 그리 크지않았다. 1000만원 정도라나............

그것 가지고 냉장고 바꾸고 쌀 사고나면 전체금액에서 3분의 1 정도가 줄어든다고 하였다.

문제는 남은 700만원 정도의 돈으로 주방도 개선하고 의자도 바꾸고

여름에 푹푹찌는 것도 막아주고 가능하면 겨울의 혹한도 어느정도 막아주었으면 하였다.

(내가 귀신도 아니고 무슨 재주로 이 모든걸 다 충족시켜준담.....

하기사 그래서 지가 나를 보자했겠지)

 

....................일단 함 해보자.하고

어차피 내 돈을 들여서라도 노인들을 도와야 하는데

노인들을 위하여  자원봉사자들이 그나마 즐겁게 일할수 있도록

현재의 주방을 좀 더 꼼꼼히 챙겼더니 어느새 새벽 두시가 훨 넘어가고 있었다.

이런 일을 해본 사람들은 조금은 알겠지만 매일 자원봉사팀이 바뀌는 현장은

일하는 스타일도 습관도 다 달랐다.

어느 여자는 개수대가 아무리 있어도 펑퍼지게 앉아서 설거지를 했고

어느 남자는 국솥은 내꺼하고 다른사람이 그 근처를 오도가도 못하게했다.

삼성 석유화학 VIP실 디자인도 해봤고 LG그룹 울산공장 쇼륨도 해보고

박태선씨 별관 대리석홀도 디자인했지만 이건 그보다 더 까다롭고 어려운 작업이었다.

 

 

해서,열두번도 더 현장을 갔다리 왔다리하며 디자인을 수정하고 또 수정을 했더니  

언 놈이 그것 얼마짜리인데 그렇게 열심히 하십니까?하고 관심을 보였다.
(아마 지딴엔 이 놈이 엄청 큰 공사를 맡은줄 알았나보다) 

-응. 한 7천만원쯤되는 주방공사다....했더니

와! 주방공사가 7천만원 짜리라면 쪼매 해볼만하겠네예..................하고

요 놈이 군침을 실실흘렸다.ㅎㅎ

아무튼 주방은 뭐니뭐니 해도 동선과 주방기구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와

다중의 사람(자원봉사자와 노인들)이 빠른 시간 안에 원활하게

움직이며 배식과 식사와 설거지를 물흐르듯이 할 수 있느냐가 제일 중요했다.

때문에 물이 팍팍 잘 빠지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고

개수대/ 배식대/ 가스대/냉장고 /퇴식구/조리대 등등을

치수와 사용용도에 따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은 기본이고  

3-400명이 먹을  음식을 한자리서 조리하려면 주어진 공간 안에서

적어도 니 궁뎅이. 내궁뎅이는 안받쳐야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않았다.

 

거기다 공사금액도 쥐꼬리만 한데다  공사할 수 있는 시간도 백화점 공사보다 더 촉박했다.

모든 공정을 36시간 안에 다 마쳐야 노인네들이 하루라도 밥을 안굶는다하니

뜯고 개조하고 타일 붙이고 각종기구설치하는데 드는 시간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리 만만한게 아니었다. 

30년 가까이 이 일을 했지만 무료급식소 하나 개조하는게 마치 일류 백화점 공사하는것 보다 더 신경이 쓰였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 그나마 형편이 되는 사람들은  봄비를 맞으며 낭만을 즐길수 있지만   

집을 나온 노인네들은 오늘도 공원 주위에서 머뭇거리며 한끼 무료급식을 받기위하여

아침부터 비를 맞으며 서 있을걸 생각하니 가슴이 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