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혜연 作
2008/3/9
상쾌한 새벽
새벽하늘을 쳐다본지가 정말 얼마만인가?
아직도 별은 저만치 떠 있었고
우주라는 한 공간에 살면서도
우린 서로를 너무도 잘 잊고 산 것 같았다.
어젠 텃밭을 고른 후 상추랑 옥수수랑 갖가지 씨앗들을 뿌렸는데
누군가 그 땅은 자기 땅이라며 텃세를 했다.
보아하니 그 동네에 사는 노숙자 비슷했는데
하지만 노숙자는 분명 아닌 것 같았다.
하도 안하무인격으로 욕을 하고 떠들어대서
야 용아....... 손 좀 봐주고 온나 했더니
두 넘이 한바탕 힘 자랑을 했는지 1분도 채 안되어서
그게 아니고예 해사면서 .............뭐라 궁시렁궁시렁하며
둘이서 정답게 내려왔다.
보아하니 나보다 어린 것 같아
-아재 성씨가 뭐요 ?하고 물었더니
-정갑니더 .
-오데 정씬데
-연일 정씬데 이름은 와 묻능교? 하고 약간 떫은 표정을 지었다.
해서
-이름이라도 알아야 할게 아이가. 나이는 ?
-동광 초등학교 19회 졸업생 입니더
-그래.... 그라믄 니 내보다 후배네 했더니
그제사 일마가
-아이고 선배님 하며 고개를 팍 숙였다.
-그나저나 니 와 그렇게 씨끄럽노
그라고 함부로 욕하면 되나?하고 나무랬더니
-아 그게 아니고예 .....하면서 극구 자기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까 까지만 해도 정학장과 용이를 보고 죽일넘 살릴 넘 하더니
노가다 다루는 수법으로
봐라봐라 .............
나도 이동네 산지 30년이 넘었다 해사면서
내가 니보다 훨 선배라니까
그때부터 일마가 꼬리를 싸악 감추더니
내가 예............해사면서
이것 저것을 챙겨주며 또 친근감을 표시했다.
- 마 알았다 . 그러니 조용하고
우리는 그냥 취미삼아 씨앗을 뿌리니
앞으론 니가 물도 주고 관리도 좀 해라
그라고 상추가 나면 니 필요할 만큼 얼마든지 가져가도 좋으니까
아무나 보고 함부로 욕은 하지마라이 .............했더니
첨엔 이 동네 노는 넘들 다 데리고 와서
내가 확 쓸어버릴게다 하더니
어느새 순한 양이 되어가지고
첨부터 알았으면 그렇게 안했을건데 ......................하더니
일이 다 끝날 때 까지
남의 떵 구멍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이런저런 세설들을 늘어놓았다.
암튼 씨앗을 다 뿌리고 셋이서 목욕탕에 들어가서
-아까 글마 그것 진짜 잼있는 넘이네 했더니
용이란 넘이
-행님아 그런건 한 주먹도 안된다 해사면서
지가 왕년에 공수부대 출신이니 어쩌니해사면서
또 힘 자랑을 늘어놓았다.
(아이고 문둥아.......................
그라믄 첨부터 좀 조지지 )
암튼 텃밭 일구어서 뭐 팔자고칠 것도 아닌데도
그나마 그것도 밭이라고
엉뚱한 넘이 튀어나와서 시비를 거는 것 보니
세상은 때론 참 잼 있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였다.
(하지만 만약 그걸 생계로 여기고 텃밭을 일구는 사람이라면
전혀 다른 기분이겠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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