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697 / 토욜은 밤이 즐거워

커피앤레인 2008. 3. 23. 13:03

 추 지영作

 

35929

 

2008/3/23

토욜은 밤이 즐거워

 

 

 

 

새벽 2시경 초량은 여전히 불야성이었다.

누군가 삼겹살이 먹고 싶다하여 

기어이 삼겹살에 쇠주 한잔 걸치고 나오는데

그새 비가 온 모양이었다.

비는 밤새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우린 이왕 나온김에 광안대교나 함 가보자 했다.

해서 택시에 올랐는데 시간이 꽤나 되었는지

광안대교는 이미 불이 꺼져있었다.

그나마 푸른 불빛이 있어 다리의 형태는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지만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따라 더 희미해 보였다.

 

 

 바다가엔 비가 오는데도 연인들이 짝을지어

긴 키쓰를 하는지 좀처럼 떨어질줄을 몰랐다.

기사는 여전히 느스레를 떨며 사람을 웃기곤했다.

 

 

고향이 진주라 했는데

지말로는 드라이버 박이라고 했다.

해서 영어와 한글을 섞어가면서

사장님하고는 너무 죽이 맞으니

언제 저거 고향에  함 초대할테니

짝 맞추어서 놀러나 가자고 했다.

 

 

(짝?

그거 좋지 ............................

하지만 짝을 오데서 구하노 했더니

아이고 사장님 왜 이러십니꺼

사장님 같으면 줄줄이 사탕일텐데

몬 걱정입니꺼 하고 또 사람을 놀라게 했다.

 

 

줄줄이 사탕이라 ..................

그라믄 내가 그리 끼가 많아보이나 ?

이거 보통 일이 아니네  ...........참말로

나도 언제가는 사돈도 봐야하는데

 이러다가 누가 딸 줄라하겠나

아들은 지 애비 꼭 닮는다던데,,,,,,,,,,,,)

 

 

암튼 허파에 바람든 사람처럼

토욜밤에 바닷가를 한바퀴 휘돌고

집으로 들어오니 향긋한 사과냄새가 코를 찔렀다.

며칠전 한 소쿠리 3000원을 주고 사서

반은 남을 주고 반만 탁자 위에 남겨 두었는데

그게 그리 향이 좋을 수가 없었다.

 

 

아침무렵 종호한테서 전화가 걸려와

설 갤러리로 보낼 그림을 옮기는데 안바쁘면

좀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해서 추화백 아뜨리에에 들렸더니

50호 미만이야 지 혼자서 달랑달랑 들면 되지만

100호 이상되는 그림들은 너무 무거웠던지

손이 꽤나 필요했던 모양이었다.

이번 초대전은 대체로 100호를 중심으로 전시를 한다고 했다.

 

 

추화백은 일하는 틈틈이

최근에 그린 그림 몇점을 보여주며

액자와 잘 어울리는지 좀 봐달라고 하였다.

그림은 무척 생동감이 넘쳤는데

그림에 비해 액자가 너무 답답하고 고지식했다.

해서 실버프레임으로 바꾸어라 했더니

그림이 한결 더 세련되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다.

 

 

 

아낸 토욜이라그런지

모처럼 시간이 남아 돌았나보다.

e-mail을 보냈다.

요즘은 왜 통 소식도 없냐,,,,,,,,,,,,,해사면서

여러사람이 보고싶어 한다며

자주 목소리라도 좀 듣게 해달라고 했다.

 

 

(아이고 살다가 별일도 다 있네 .

언제부터 지가 내 목소릴 그리 좋아했노.....ㅋㅋ)

 

 

그러나저러나 아내 목소리

안들은지도 꽤나 오래 된 것 같았다 ,그라고보니 ...........

 

 

(이왕 말이 나왔으니 오늘은 부활절이기도 하고

모처럼 선심도 쓸겸

쇠뿔도 당김에 뽑는다고

저녁이라도 사준다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