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혜연作
2008/3/31
봄맞이 여행
수정동 아짐씨는 새벽부터 일어났나보다.
김밥이랑 계란이랑 일행들의 간식거리를 준비하느라
밤새 한 숨도 못 잔 것 같았다.
이 상무는 자기 부인 외에 목욕탕을 운영한다는
젊은 부부 내외를 또 데리고 왔다.
아침 7시에 출발하자고 서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다들 새벽에 일어났는지 얼굴이 제법 부식부식했다.
하지만 올만에 여행을 하는 탓인지
모두들 아이들마냥 무척 상기된 표정이었다.
거창 /가조/ 함양을 하루동안에 다 돌아보려면
꽤나 부지런히 설쳐야 할 것 같아
휴게소도 들리지 않았는데 그 탓인지
수정동 아짐씨가 드디어 멀미를 했다.
아마도 빈속에
너무 오래동안 차 속에 갇혀있어 그런 것 같았다.
가능한 편안하게 해드릴려고 애를 썼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수정동 아짐씨도
건강이 예전 같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나 외엔
다섯 사람 모두 다 고향이 거창이어서 그런지
말씨가 독특했다.
자기들 끼리 얘기할 땐 촌티가 역력했다
날씨는 무척 따뜻했고 지리산 먼 자락엔
아직도 눈이 쌓여 있는게 보였다.
수정동 아짐씨 소유의 산은
거창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한바퀴 휘돌아보니 산은 좋은데 묘가 너무 많았다.
너무 오래동안 방치해서 그런 것 같았다.
산을 다 돌아보고 난뒤 이 상무 소유의 산을
또 돌아보기로 했다.
제작년엔가 밤을 줏으러 한번 들렸는데
그새 나무들이 부쩍 더 커 있었다.
이 상무는 아무런 경험도 없으면서
돈 욕심에만 사로잡혀 묘목을 심은 탓인지
10년산 소나무며/ 마로니에며 /벚나무며 /목련이
마치 키 자랑하듯이 하늘만 향하여 쭉쭉 뻗어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뒤
목욕탕 박사장 고향마을에도 들려보자해서
거길 들렸더니
박사장 형님이 감나무 묘목을 접붙이기 위하여
그 넓은 밭에 일꾼들과 어울려 일을 하다가
갑자기 여러 사람이 나타나니 어쩔줄 몰라했다.
한평생 농삿일만 했는지 부부 모두
영낙없는 농꾼의 얼굴이었다.
박사장은 여기까지 온김에
모친 산소에나 함 들려 술이라도 한 잔 올리고 싶다고 하였다.
아마도 지난해에 세상을 버린 모양인지
모친에 대한 애정이 아직도 각별한 것 같았다.
한데 며느리라는 박사장 부인이
산소를 잘못찾아 헤메는 바람에
하마트면 남의 산소에다 자리를 깔고
술상을 차릴뻔해 또 한바탕 웃음보따리를 터지게 했다.
이 상무가 최근에 구입했다는
가조온천장은 생각보다 더 허름했다.
언젠가
이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새로운 온천탕이 생기고 부터는 장사가
영 안 된 모양인지 주차장엔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었다.
오늘 여행의 하일라이트라는 이곳을
어떻게
리모델링 할껀가 하고 왔는데
처음 상상했던 것 보다는
수리비가 엄청 더 들 것 같았다.
목욕탕 이곳 저곳을 둘러 본 다음
이 상무 처갓집이 바로 건너 편에 있다하여
거기도 함 들려보자해서 갔더니
집을 요근래 새로 집을 지은 모양이었다.
조립식 단층으로 아담하게 꾸몄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값을 싸게 해준다하고 겉만 번지르하게
드라이비트를 발라 눈 속임을 한게 역력했다.
암튼 집은 그렇다치고
이 상무의 장모님은 몸이 안 좋은지 생각보다 더 늙어보였다.
조그마한 체구에 다리가 아픈 모양이었다.
걸음을 잘 못 걸었는데
딸은 그런 엄마가 마음에 걸리는지
자주 눈물을 훔쳤다.
-근데 참 이상하네
-뭐가예
-우리는 처갓집에 가면 딸이 하루 밤이라도
엄마하고 꼭꼭 자고 오는데
와 이 집은 사위가 같이 왔는데도 이리 픽 가뿌노
그라믄 엄마가 얼마나 섭섭하겠노
그러니 딸뇬은 키워봐야 소용도 없는기라
-우리는 늘 그랬는데예
-그러니 사위를 도독놈이라 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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