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03 / 봄맞이 여행

커피앤레인 2008. 3. 31. 11:13

 

서 혜연作

 

36190

 

2008/3/31

봄맞이 여행

 

 

 

수정동 아짐씨는 새벽부터 일어났나보다.

김밥이랑 계란이랑 일행들의 간식거리를 준비하느라

밤새 한 숨도 못 잔 것 같았다.

이 상무는 자기 부인 외에 목욕탕을 운영한다는

젊은 부부 내외를 또 데리고 왔다.

아침 7시에 출발하자고 서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다들 새벽에 일어났는지 얼굴이 제법 부식부식했다.

 

 

하지만 올만에 여행을 하는 탓인지

모두들 아이들마냥 무척 상기된 표정이었다.

거창 /가조/ 함양을 하루동안에 다 돌아보려면

꽤나 부지런히 설쳐야 할 것 같아

휴게소도 들리지 않았는데 그 탓인지 

수정동 아짐씨가 드디어 멀미를 했다.

 

 

 

아마도 빈속에

너무 오래동안 차 속에 갇혀있어 그런 것 같았다.

가능한 편안하게 해드릴려고 애를 썼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수정동 아짐씨도

건강이 예전 같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나 외엔 

다섯 사람 모두 다  고향이 거창이어서 그런지

말씨가 독특했다.

자기들 끼리 얘기할 땐 촌티가 역력했다

날씨는 무척 따뜻했고 지리산 먼 자락엔

아직도 눈이 쌓여 있는게 보였다.

수정동 아짐씨 소유의 산은

거창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한바퀴 휘돌아보니 산은 좋은데 묘가 너무 많았다.

너무 오래동안 방치해서 그런 것 같았다.

 

 

산을 다 돌아보고 난뒤 이 상무 소유의 산을

또 돌아보기로 했다.

제작년엔가 밤을 줏으러 한번 들렸는데

그새 나무들이 부쩍 더 커 있었다.

이 상무는 아무런 경험도 없으면서

돈 욕심에만 사로잡혀 묘목을 심은 탓인지

10년산 소나무며/ 마로니에며 /벚나무며 /목련이

마치 키 자랑하듯이 하늘만 향하여 쭉쭉 뻗어있었다.

 

 

점심을 먹고 난뒤

목욕탕 박사장 고향마을에도 들려보자해서

거길 들렸더니  

박사장 형님이 감나무 묘목을 접붙이기 위하여

그 넓은 밭에 일꾼들과 어울려 일을 하다가

갑자기 여러 사람이 나타나니 어쩔줄 몰라했다.

 

 

한평생 농삿일만 했는지 부부 모두

영낙없는 농꾼의 얼굴이었다.

박사장은 여기까지 온김에

모친 산소에나 함 들려 술이라도 한 잔 올리고 싶다고 하였다.

아마도 지난해에 세상을 버린 모양인지

모친에 대한 애정이 아직도 각별한 것 같았다.

한데 며느리라는 박사장 부인이

산소를 잘못찾아 헤메는 바람에

하마트면 남의 산소에다 자리를 깔고

술상을 차릴뻔해 또 한바탕 웃음보따리를 터지게 했다.

 

 

이 상무가 최근에 구입했다는

가조온천장은 생각보다 더 허름했다.

언젠가

이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새로운 온천탕이 생기고 부터는 장사가

영 안 된 모양인지 주차장엔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부러져 있었다.

오늘 여행의 하일라이트라는 이곳을

어떻게

리모델링 할껀가 하고 왔는데

처음 상상했던 것 보다는

수리비가 엄청 더 들 것 같았다.

 

 

목욕탕 이곳 저곳을 둘러 본 다음 

이 상무 처갓집이 바로 건너 편에 있다하여 

거기도  함 들려보자해서 갔더니

집을 요근래 새로 집을 지은 모양이었다. 

조립식 단층으로 아담하게 꾸몄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값을 싸게 해준다하고 겉만 번지르하게

드라이비트를 발라 눈 속임을 한게 역력했다.

 

 

암튼 집은 그렇다치고

이 상무의 장모님은 몸이 안 좋은지 생각보다 더 늙어보였다.

조그마한  체구에 다리가 아픈 모양이었다.

걸음을 잘 못 걸었는데

딸은 그런 엄마가 마음에 걸리는지

자주 눈물을 훔쳤다.

 

-근데 참 이상하네

-뭐가예

-우리는 처갓집에 가면 딸이 하루 밤이라도

엄마하고 꼭꼭 자고 오는데

와 이 집은 사위가 같이 왔는데도 이리 픽 가뿌노

그라믄 엄마가 얼마나 섭섭하겠노

그러니 딸뇬은 키워봐야 소용도 없는기라

-우리는 늘 그랬는데예

-그러니 사위를 도독놈이라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