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75 / 마 됐니더이......

커피앤레인 2008. 6. 12. 13:26

 

오 정민 作

 

38214

2008/6/12

마 됐니더이 .......

 

 

 

 

경상도 말이 좀 투박하고 거칠어서 그렇지

자세히 들어보면 참 인정스럽고 유모스러운데가 많았다.

 

밥 묵었나 ?

어여 들어와 밥 묵으라.....

니 배 마이 고프제 내 퍼뜩 쌀 안칠게이

문디 가스나 지랄 안하나 ....하는건 경우에 따라서는

욕이 아니라

친한 사이에서만 흔히 쓰는 그런 말이었다.

 

 

이 넘도 누군가 좀 가찮은 말을 하면

마 됐니더이..................하던가

아니면 마 됐거던요 하고 말을 잘랐는데

그래도 그 말 속엔 어떤 적의나 악의 같은 건 별로 없었다.

 

 

특히 내가 태어난 포항은

약간 모자라는 사람을 보면

절마 저거 오줄 없는 넘이네 하고 놀렸는데

난 아직도 이 오줄이 뭘 가르키는지 몰랐다.

 

 

암튼 언어란 쓰기에 따라

느끼는 뉘앙스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말이라도 표준말 보다 사투리가 훨 구수하고

정겨울 때가 많은데

 

 

 

대체로 내 일꾼들 중에는 전라도 출신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나도 어느새 전라도 사투리가

입에 익어

오메 찡한 것 .................

그라지라이 .......하고 말하면

저거라서 웃으운지 사장님 그 말은 오데 전라도 사투리여 하고

또 놀려대었다.

 

 

암튼 말이란건 어떻게 쓰냐에 따라

정감이 넘치기도 하고 무식해 보이기도 한데

오늘 아침에도 밥을 먹으면서 몬 말끝에

-영희야 너거 친구들 중에 좀 쓸만한게 있나하고 봤더니

아무래도 니가 젤 났더라이 .....하고 아부 아닌 아부를 쪼매 떨었더니

-마 됐시우

안그래도 밥 한 그릇 더 줄테니까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 하이소 하고 지가 더 킥킥 거렸다.

-와 울 친구중에 재묵이가 젤 났는데 재묵이는 어떻던데요

-재묵이가 누고?

아 찜질방인가 하는 그 가시나 말이가 ?

그 가시나는 내가 예수쟁이라서 싫다며?

-아이고 사장님도

 가스나가 모꼬 가스나가

울 친구 나이가 몇인데

-가스나는 가스나지 그럼 머스마가

그건 그렇고 너거는 불자라면서 쪼매 웃기데

-모가

-모가 하면 말 놓는 것 아이가

재묵이나 니나 다 불자라하면서

와 스님이 왔는데도 아는척도 안하고 시주도 안하노?

-아이고 그건 스님이 아니고 땡중이라서 안하죠

-아니 땡중이면 어떻고 스님이면 어떻는데

중은 다 중이지

그리고 부자 될려면 공을 많이 쌓아야 한다 안하나

그러니 담부턴 가리지 말고 시주를 착실히 해라

-마 됐니더이

난 땡중한테는 절대 시주 안할꺼니까  ................

그런 걱정은 아예 붙들어 매슈이.....

-문디 가스나 아이가

지가 부처님인줄 아는가베

땡중이다 아니다 하고 가리게 .......

 

 

(땡중도 득도하면 다 성철 스님처럼 되는거여

이 여편네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