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791 / 전설의 고향에 나올만한 집이지만

커피앤레인 2008. 6. 30. 14:19

 

유 선경作

 

38656

2008/6/30

전설의 고향에

나올만한 집이지만

 

 

 

누군가 돈을 보내

적당한 집을 한채 사달라고 했다.

아직도 부산은 땅 값이 그리 비싸지 않아

적은 돈으로도 잘만하면 좋은 집을 구할 수가 있었다.

 

 

해서 중개사 소개로 허름한 집을 한채 샀더니

다들 야단이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헌집을 산데여 하는 사람부터

-마치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만한 집이네 하고

야지 아닌 야지를 넣었다.

 

 

집을 사달라고 한 여인도 지난달 몬 볼일차

부산에 온 김에

중국서 같이 건너온 몇몇 사람과 둘러보더니

적이 실망한 눈치가 역력했다.

하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을 어떻게 하랴 .................

 

 

허나 집이란 여자와 비슷해서 꾸미기 나름이었다.

원래 집을 살 땐 위치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다음이 주변 여건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그리고 어떻게 하면 투자한 금액을

충분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나하는건데

그런 점에서 이 집은 모든 조건이 양호하였다.

(저거 눈에야 그게 어디 보였겠나 ,,,,,

그라믄 나는 오늘부로 밥숟가락 놓아야 하는디 ...)

 

 

단지 험이라면 지은지가 너무 오래되었고

비워둔지도 만만찮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손볼 곳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다들 집은 아깝다하면서도

수리할 엄두가 나지 않다보니

자연히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 넘의 눈에 보기에는

조금만 손만 대면 미인도 그런 미인이 없을 것 같아

덜렁 계약을 한 다음

요 며칠 리모델링 작업에 들어갔더니

 

 

이 넘의 예상대로 자를건 자르고

버릴건 버리고 깰건 깨고 해서

윤곽을 확실하게 바꿔어 놓았더니

그제사 우리가 살건데 .............해사면서

우예 그리 이쁘게 꾸밉니꺼하고

다들 혀를 내둘렀다.

 

 

평범한 사람들 눈에도

이제 어느정도 골격이 갖춰지니까

아 이 집이 이렇게 바뀌는구나하는 느낌이 와 닿는지

어제도 몇 사람이 계속해서 들어와 눈동냥을 하고 갔다.

 

 

하긴 같은 백지라도

피카소가 그리면 작품이 되듯이

집도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모양새가 전혀 달라지게 마련인데

그 점에서 이 넘은 참 행복한 사람 같았다.

 

 

하기사 아직도 할 일은

태산 같이 많이 남아있지만

7월이 다 가기전에

머잖아 앙증맞은 집이 또 하나 내 손을 거쳐

이 세상에 새로 태어나리라 생각하니

 

 

요즘은 현장에만 들어가도

_아자씨예 고맙심더이

내를 우찌 요리도 이뿌게 만들어줍니꺼 하고

매일 아침 이쁜 아짐씨가 인사를 하는 것 같아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