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910 / 아내의 변심

커피앤레인 2008. 11. 9. 13:10

 

Painter / Choong-soon Kim

 

39751

2008/11/9

아내의 변심

 

 

 

농촌은 서리가 오기 전에 모든 것을 다 끝내어야 하기 때문인지

이때쯤이면 사람 손이 열 두개라도 모자랐다.

특히 과수원을 하는 집안은 더더구나 일손이 딸렸는데

과수원이란게 겉 보기에는 근사하지만

 엄청 손이 많이 가는 그런 중노동이었다.

 

특히 단감나무는  

거름을 주고 풀을 매는 건 그럭저럭 남의 일손을 빌려 넘어갔지만

수확을 해야할 땐

이웃 집도 거의 동시에 감을 따야 하다보니

 예외없이 손이 딸렸는데 

그러다보니 설이던지 부산이던지

일단 집안이라면 손자 며느리 할 것 없이

일손이라는 일손은   죄다 불러 모았는데 ....

 

 

그것도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매년 가을이면 연례행사처럼 하다보니

이젠 다들 지쳤는지 

수확의 즐거움은 고사하고  

노인네들은 노인네대로 애가 쓰이고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불만이 많은지 입이 툭 튀어 나왔다.

(하기사 지 마누라 까지 매년 델고 올려니 그게 얼마나 힘들겠노)

 

 

해서  설 있는 큰 넘하고 마눌이

그나마 하루라도  좀 거둘어 준답시고

친정 가는 길에 저녁이나 함께 하자고 모였는데   

큰 넘은 이제 어느정도 건축 설계가  몸에 익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지 애비 걱정을 하더니 

 

 

경기도인지 설에 있는 모 회사인지

지 아부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며

인테리어 디자인하고 감리만 좀 맡아 줄수 있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해서 어떤회사인데 ,,,,,,,,,,,,,,,,,,,했더니 

지가 언제 같이 일을 함 했는데  

재력도 있고 어느정도 실력도  있는 회사인데

디자인 부분이 좀  딸리는 것 같아 아빠를 추천했다나 우쨌다며

다시 연락할께요 ,,,,,,,,,,,,,,,,,,,,,하고는

저녁을 먹자말자 가스나 친구 만나야 한다며 횡하니 가버렸다.

 

 

한데 잼있는건

요 넘의 마눌이 아들이 있을땐

사사건건 부자간 얘기에 끼어들어 아들편만 들더니

아들이 가스나 만난다고 휑하고 나가버리고 나니

엄청 서운했던지

 

 

그때부턴

 옷이 구겨 졌느니 뭐가 묻었느니 해사면서

물수건을 갖고와 딱아주질 않나

 

 

작은 넘은 1년 휴학하더니 인생을 많이 배웠다느니

여자 보는 눈이 띄었다느니

대학원은 신학원에 가서 나중엔 해외 선교사로 갈까 한다느니 해사면서

온갖 집안일을 다 얘기하며

 

 

방은 따쓰하냐

밥은 잘 챙겨먹냐

운동은 하느냐

겨울인데 두텁게 입고 다니세요 해사면서 갑자기 나긋나긋해지길래  

 

 

이 넘 왈

그래 .................................................

역시 여자라는 인간은

연애할땐 지 앤이 젤 좋고

애를 낳고 나면 지 서방보다는 애들이 더 좋고

좀 더 살면 친정 아버지 친정엄마가 더 걸리고

그러다 이것도 저것도 없으면

마지막으로 지 서방 품에 돌아 오는구나 .........................하고 농담을 했더니

울 마눌 왈

그나마 그것도 오감타 해라나 ,,,,

 

 

요즘은 성공한 사람의 척도가

50에 마눌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성공한 축에 끼인다나  우짠다나 ,,,,,,,

 

 

아이고 내 팔자야

세상 와이래 변했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