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나 먼저 가요

커피앤레인 2010. 3. 2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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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22

나 먼저 가요  

 

 

 

 

 

심정미 씨가 마음의 행간이라는 동인지를 얼마전에 선물을 했는데

간간이 읽어보았더니 장근배 시인의 전라도 사투리 맛이

유난스레  쌉사리했다.

해서 누구는 밥 맛이 없으면 입 맛으로도 산다던데

인생도 때때로 지루하고 재미가 없을 땐

마치 갓 올라온 봄 채소 잎을 따다가 

고추장과 참기름에 버무려 입 맛을 돋우듯이

월욜 아침 지나나나 간밤에 야시 같은 마눌 끌어 안고 

자지도 않았는데 ............................왜 이리 일하기가 싫지

해서 시나 한 수 읽어 보면 어떨까하여 올린거여

 

 

나 먼저 가요  

 

 

 

                                                                                         시인 / 장 근배

 

 

 

우리 큰 언니 스물살, 둘째 언니 열일곱, 나 열니살에 우리 엄니 혼자 되야 몸품 팔아서 세 자매 보란대끼 키워, 큰 언니는 서른에 시집갔는디, 큰 언니 친정에 올때 마다  둘째 언니는 형부는 코가 커서 언니는 좋겄다고 놀려묵으면

큰 언니는 이 호랭이 물어갈 년아 전봇대로 니 귓구녁 한 번 쭈세볼려나고 뇌성 백락같이 소락때기를 질렀는디, 그래도 요망시런 작은 언니는

암시랑토 안 한 것 맹키로 실실 웃음을 흘림서 마포빤스 방구 빠지대끼 도망 다녔제

 

 

째깐한 내가 이불 움먹 쓰고 잠자리에 누우면 그 말이 갱기해서 뭔 말인지

알고 자퍼도 밤중에 간짓대 돌라다가 귀를 파 볼 수도 없고, 꿩 대신 달구새끼라고

밭에 가서 까지 따다가 슬슬 건들어볼끄나 했다가도 밤질이 성가시럽고,

나갔다가 깐딱하먼 밤중에 귀신 만날까 무서와 나갈 수도 없고

 

 

나도 서른 되야 대나캐나 서방을 만났는디 코가 어떠캐나 크던지 콧구녁에

깐치가 집을 지어도 두 채는 짓겄드랑게, 워메 징상스렁께 말도 말어, 와따

첫날 밤 부터 코를 드럭드럭 고는디 성냥간 풍구소리도 우리 서방 코고는

소리에 대면 암껏도 아니였당게

 

 

궁뱅이도 궁그는 재주는 있닥하드니 지 쌍판때기보다 백배 낫은 이쁜 딸새끼

하나 맹글어 올해 나이 서른, 엊그저께 신랑감이라고 데꼬 왔는디

요놈의 코때기가 높이는 남산만 하제 끄트머리는 갈쿠를 닮아가꼬

조동으로 키운 내 딸년 신세팔자도 폴쎄 떡시리 엎어부렀제

 

 

코 큰 서방 만나는 것도 내림인갑써라, 사우 될 놈 끄고 가서

코를 깍아불 수도 없고, 그란다고 손톱으로 콱 파불 수도 없고,

암만 궁리를 해도 요것들이 식도 올리기 전에 짝짜궁을 맞춘 것 같은디,

에라 니미럴놈의 세상 낼 모레 추석이 우리 어메, 아베 지삿날인디

씨부랄 것 하늘나라서 구름 타고 추월 산 까지 어찌께 오라고 하겄소

 

 

차라리 내가 눈 찔끈 감고 크라목손에 밥을 몰아 마시던가

근삼이에 떡을 찍어 묵고 하늘나라 가서 어메,아베 모시고

삼시로 터 딱아놓을 것인게 집이들은 쉬엄쉬엄 오시오,

나 먼저 가요.

 

 

*시인 장 근배는 전남 해남 출신으로 현재 광주 서강중학교 음악교사/한국문인협회회원/

담양문인협회 회원이었다.

저서는 논문/탄생의 숲

시집 /소금노인, 바람의 등걸이 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