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 시를 짓는 여자

커피앤레인 2010. 10. 26. 13:19

 

 

2010/10/26

시를 짓는 여자, 수다를 떠는 여자

 

 

 

사람의 시간이 다 다른건지

하루종일 수다를 떨어야 직성이 풀리는 뇨자는

하루종일 수다를 늘어놓았고

틈만 나면 시를 짓는 뇨자는 

누에 고치치듯 그렇게 시를 낳았다. 

 

해서 성 수자 시인은 허구한 날 시를 낳았나보다.

내가 성 수자 시인을 처음 봤을 땐 왠 자갈치 아줌마가

한길에 왔지 ? 하고 참 의아해 했다.

한데 나중에 알고보니 부산에서는 꽤나 이름이 알려진 중견 여류시인이라고 했다.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중앙동 지하철 역에 가도

성시인의 시가 걸려있었고

영도 어딘가에 가도 태종대인가 몬가하는 시가 걸려있었다.

 

해서 이 가을

마침 우체국에 들려야 할 일이 있어 잠시 들렸다 

휴게실에 꽃혀있는 시집들을 들여다보다 

마침 성 수자 시인의 시집이 있길래 몇장을 들쳐봤더니  

제법 이 가을 쓸쓸한 마음을 달래주는 것 같아

이 자리를 빌려 잠시 올렸는데

 

성 수자

그 이름만은 참 촌스러웠지만 (ㅋㅋ)

시는 몸매로 쓰는게 아니라 마음으로 쓰나보다. 

(수자 詩人 잘 있오? 언제 강나루에서 막거리 한잔 합시다요)

 

 

붓꽃

 

            성 수자

 

 

 

목소리 낮추어

웃음을 다스려

꽃대궁이 마디마다

돋아나는 여린 혼

 

 

연두잎 한  잎마다

붓꽃을 다듬어 마음에다

푸른 노래 쓰더니

 

봄 따라 피어 올라

여름 내내 가꾼 언어

그림움이 돌아 와

연으로 떠오르고

 

어지러이 흝어지는

방심한 향기 속에

가난을 거두리

그대 우주 안에서는

 

 

꽃다웁게 꽃처럼

그대 질긴 독백이

아늑한 한 나절

물고랑을 튀웠네

 

 

가을산

 

               

주왕산 계곡 맑은 물빛은

바위를 만들고 남은

푸른 증류수

 

가을을 한 웅큼씩 나누어 가지고

오르며 내리며

분주한 오솔길

 

 

못잊을 님 왔다간 흔적처럼

단풍잎 고운 때깔 가지마다

산자락 빈 가슴 마다

 

 

청송골 구비구비 흰구름을

만들어

앞섶 여민 바람이

하염없이 띄운다.

 

 

 

항아리

 

 

한 백년 삭으면 될까

가부좌 틀고 앉은 뜻

진작에 하늘은 아노니

뜸들여 우려낸 가이없는 정성 받들어

양지 바른 볕 모아놓고

지나는 바람도 체에 걸러 안치노니

내 속에 앉은 네 뜻은 어떤 모습일까

네 속에 삭힌 내 뜻은 어떤 빛깔인가

한 백년 후에나 알까

영원히 모른 채 지나갈까

항아리에 담기는 등 굽은 세월

물오른 산허리 훑고 온 햇빛이

가만가만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