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혜연 作
2010/11/5
재미있는 사람들
책을 전문적으로 파는 사람들은
책 제목을 정할 때 가장 신경을 곤두세웠다.
왜냐하면 독자는 일단 책 제목만 보고
호기심을 갖던지 갖지 않던지 하기 때문에
한권이라도 더 팔려면 책제목은 때론 내용보다
더 강한 인상을 주어야했다.
하지만 아침 이른 시각에
오래된 시집 두권을 꺼내들곤 혼자 빙그레 웃었다.
둘 다 친하게 지내는 시인이지만
책 제목은 영 촌스럽다.
그만큼 순수하다는 말이겠지
시인 서 규정은
고향이 전북 완주군 삼례읍이었다.
해서 그런지 키도 별로 크지 않으면서
전라도 사투리가 꽤나 카랑카랑했다.
그는 나를 늘 형이라고 불렀는데
요즘 그의 형편이 조금 나아졌는지 전에 보지 못하던 미인들을 대동(?)하고
자주 술집에 나타나
형 술한잔 받아요 하고 소주잔을 들여밀었는데
시집 제목이
하체의 고향...........................이라나.
1995년에 빛남에서 발행했으니까 그가 힘깨나 쓸 때
쓴 시들인지 여기저기 그의 페이소스가 꽤나 진하게 묻어났다.
K 邑 2
서 규정
강아지만 죽어도 온동네가 떠들썩 하던 K邑
이제는 옆집의 사람이 죽어도 모르는
콘크리트 마을에 갔었네
코스모스는 길가에 매복하 듯 드문드문 피었고
하녀가 주인의 아들을 낳고 안주인이된 극장 건물에는
검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네
금간벽 말이네
폐허는 가까이 갈수록 아름다운 것 아닌가
자네 어떻게 살았나
극장 기도주임 내친구의 표정이 늙어 있네
어떻게 살긴 저 울창한 아파트
콘크리트와 면백하며 살았다네
안주인이 자네 애인 아니던가
그럼 그 덕분에 이렇게 산다네 도둑 맞은 일이
어디 애인 뿐인가
도둑만 맞아도 온동네가 시끌시끌 하던 K邑
지금은 사람을 빼앗겨도 웃고 사는 마을에 갔었네
극장엘 갔었네
가까이 갈수록 비가 아닌 눈물이 내리네 마악 금가는 벽
또 한사람은
산사나이로 잘 알려진 권경업 시인이다.
그는 나를 늘 우선생님하고 불렀다.
그는 워낙 천성이 착한 것인지 아니면 전생에 몬 지은 죄가 그리도 많은건지
20년 이상 노인네들에게 한결같이 점심을 지어먹였다.
처음엔 노상에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초읍 어린이 대공원 옆에 조그마한 판넬 집을 짓고
비가오나 눈이 오나 200여 노인네 밥 시중을 들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워 고생을 한다며
어느날 원詩人(아름다운 사람들 사무국장)이
독지가로 부터 돈이 쪼매 들어왔다며
선생님 이 집 좀 고쳐주이소 해서
도면을 7번이나 그렸다 고쳤다하면서
주방이며 천장이며 여기저기 용도에 맞게 집을 개량해 줬더니
이젠 다들 너무 좋아라한다며 칭찬을 했는데 ..............................
암튼 권시인의 시집 제목은
산 사나이 답게 잃어버린 산 이었다.
표지는 소설가 이 외수씨가 그렸다는데
산하나만 달랑 그린다음 그 위에다 붉은 점하나만 올려놓았는데
붉은 점은 태양을 상징하나보다.
저자사진은 개그맨 전 유성씨가 찍었다는데
어느 눈 오는 날 산행에서 찍었는지
가지마다 눈이 소복했다.
금년겨울엔 네팔 오지마을에 간이 병원을 지어주려고 또 떠난다며
팜프렛을 두고 갔던데
내년 2월에나 오려나.
윤팔월 보름
-치밭목에서
권 경업
평촌리 감자꽃 피던 날, 떠나간 바람
목말라 돌아온다
땅끝 설산(雪山)을 찾아간
찌그러진 코펠, 둘레술 그리워 할 사람아
유평리 주막거리 몇 잔의 막걸리 도토리묵으로
해거름 시장기를 때우고
달빛 길을 여는 산죽밭
휘적휘적 새재를 넘어오라
천화대,석주길,1275, 범봉,토왕성,선녀봉
산정(山頂)으로 돌아가는 옆길을 두고
벽(壁)으로 벽으로만 오른 젊은 날의 이야기
이제는 돌아와
길손들 쉬어가는 마당 가득 풀어놓자
어깨 시린 윤팔월 보름밤
건네받지 못 하는 잔(盞) 나 혼자 주고 받는데
*코펠/등산용 노구솔의 외래어
*둘레술/야외에서 빙둘러앉아 양푼이 채로 술을 가득 따루어 돌려가며 마시는 것
*천화대,석주길,1257,범봉,토왕성,선녀봉/설악산에 있는 암봉과 암벽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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