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6/ 목욕탕 열쇠

커피앤레인 2006. 4. 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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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열쇠

 

성격상 단골집이 아니면 잘 가지않았다.

해서 목욕탕도 한집만 꾸준히 다녔는데

그 세월이 자그만치 10년 이상은 된 것 같다.

한데 갑자기 주인이 바뀌었나보다.

낯선 사람이 카운터에 앉아있었다. 

 42번이라는 번호는 처음 받아본 번호였다.

 

올만에 큰 탕에 몸을 담그니

 온몸이 나른한게 기분이 좋았다.

 

한참동안 열탕과 냉탕을

번갈아 들어갔다 나온 후

다시 몸을 헹구고

탈의실로 빠져 나와 휴게실에 앉아

몸을 말리면서

메이져리그 시범경기를 보다

잠시 깜박 한 모양이었다.

눈을 뜨니 2시 15분을 가리켰다.

 

대충 스킨과 로션을 얼굴에 바르고

옷을 갈아입으려고 옷장을 여니

분명 옷을 넣었을 때는 잘 맞던 열쇄가

도통 들어가질 않았다,

 

그럴리가 없는데........................하며

이리저리 열쇄를 맞춰보다  

벌거벗은 몸으로

무심코 커텐을 제치고 카운터를 쳐다봤더니  

그 새 아저씨는 오데간데 없고

새로운 아줌마가 카운터에 앉아

tv에 보며 넋을 놓고있었다.

얼른 커텐으로 몸을가리고는 

 

-아줌마 열쇄 좀 열어줘요 ....하고 큰소리로 불렀더니

-네에? 열쇄가 안열려요? 하고 되물었다.

-네. 아무래도 안 열리네여

-잠시만요  지금 사람이 바깥에 나갔는데 곧 연락을 할게요하고는

아줌마는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손님이 열쇄가 안열린다네여 하며

아줌마는 전화기에 대고

사람을 불렀다.

-...............................

 

5분이 지나자

처음에 카운테에 앉아 있었던 나이든 분이

-열쇄가 안 열려요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안 열리는데요

-그래요 이상하네,,하며

 

그도 이리저리 열쇄를 꽂아보더니

고장이 났나보네요......... 하면서

 밖을 나가 드라이브를 갖고 들어 왔다.

그는 드라이브를 틈새에 집어 넣어

한참 동안 이리저리 돌리더니

겨우 철문을 따 주었다.

 

철문을열어보니

안으로 잠겼던 고리가 휘어질데로 휘어져있었다.

 

당시는

옷을 주워입고 나가기에 급급해서 그랬던지

별다른 의심도 없이 바지에 있던

거스럼돈으로 요금을 지불하고는

바깥을 나왔는데 몸이 그리 가뿐 할 수가 없었다.

 

저녁을 먹은 후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뭘좀 사야겠다고 슈퍼에 들어가 지갑을 여니

아니...............이럴수가

돈이 하나도 없었다.

 

분명 은행에서 찾아서  여기에 두었는데.......................................

 

황당하기 짝이없었다.

 

부랴부랴

사우나로 전화를 걸었더니 

호텔사우나는 이미 문을 닫은지 오래였다.

 

물론 그리 큰 돈은 아니었지만 

거금 10만원 이상을 도둑맞고 보니  

화도 나고 기분도 영 얹잖았다.

 

원래 지갑이나 귀중품은 카운테 맡기는게

최선의 방법이지만

여지껏

 10여년 이상을 단골로 다녀도

이런 불상사는 단 한번도 없었는데  

생각 할수록 참 괘씸했다.

 

혹시나해서 지갑을 몇번이고 이리 저리 뒤져봤지만

놀랍게도 카드는 전혀 손도 대지않고

현금만 깜족같이 사라져 버렸다.

 

필시 누군가가 노리고 고의적으로 한 짓임에 틀림없었다.

그렇다고 아무나 의심을 할 수도 없는노릇이고 .....

신고를 한다해도 나만 우스운 꼴이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