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111/실속도 없으면서

커피앤레인 2006. 7. 2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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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속도 없으면서

 

청마 유치환 선생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야 하는

싯귀가 방금 귓가에 들릴 것 같은

감지해변에서

 

 

우리는 다시 차를 몰았다.

 

 

 

아치섬이라고 불리우는

해양대학교 뒤쪽 해변도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뜨리에서 종일 그림만 그리다가

머리가 아팠던지

지영씨는 종호(친 동생)를 꼬셔

저녁먹으러 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비가 약간 내렸지만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어서

카메라만 울러매고 건널목을 건너려는데

누군가 클랙숀을 씨끄럽게 울러댔다.

 

 

인상을 그리면서

뒤를 돌아보니 지영씨가

-U 선생님 하고 반갑게 소리를 쳤다.

 

 

-야 오데 가는데 ......

-타이소 저녁 먹으러 가입시더

-저녁 ?

오데 가는데

-동삼중리에 포항물회 잘하는집이 있다해서

-우야노 ?

-와예

-고기 울 앤 집인데

-ㅋㅋㅋㅋㅋ

U 선생님은 조선천지가 다 앤집 아입니꺼  

- 오늘 또 미인 델고 왔다고 정애 눈이 휘둥그래지면 

맛 있는 고기 잘 안줄낀데 ...................   

 

 

-와 그새 이름도 다 아는가베예

-아이고 안지가 얼마인데 그새라니

그라고  앤 이름도 모르는 앤이 또 오데 있노ㅋㅋ

 

 

포항물회집은 동삼중리 해변가에서

차를 몰고 조금 올라가면

 전주복국집인가 하는 집 바로 앞에 있었다.

 

 

주인이 원래

경북 강구에서 조금 올라가면 송라라는

포구 출신인데  

포항하고는 그리 먼곳이 아니었다.

 

 

내 고향하고는 아주 가까와서

종종 가면 고향까마귀왔다고

부부가 다  친절하게 대했는데

정애씨는 주인여자의 친 동생이었다.

 

 

 

어느 날  교회에 갔다가

태종대에 간 김에

마눌하고

점심먹으러 가 그 집에 들러

여기는 울 본처

요기는 숨겨놓은 앤이라고

정애를 소개 시켜줬더니

점심을 먹다말고

주위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오데서 저렇게 간큰 남자가 있나하고 쳐다 보았다.

 

 

원래

 소문난 집에 먹을 것이 없다고

앤 앤 하는 인간치고 제대로 된 앤 하나없고

친구 많다고 큰 소리 치는넘 치고

제대로 된 친구 없듯이

우린 말로만 앤이었지

손도 한번 못잡아본 앤이었다 .ㅋㅋㅋㅋ

 

 

그러다보니

어제도 50이 가까운 처녀 화가하고

말로만 앤하고 같이 어울려 커피를 한잔하며

오래간만에 이런저런얘기로 시간을 보냈지만

남이 볼때는

저런 미인만 델고 다니는 저 인간은

모가 저리도 여복이 많노 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무늬만 근사했지

재미는 하나도 없는 하루였다.

 

 

사람은 몬가 애틋한 정이가는 사람하고 놀아야

 재미도 있고

가심도 설레이는 법인데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때마다

옆에서 재잘거리는 여자보다

파도가 더 가심을 후련하게 하는 것을 보니

역시 여잔 미모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나보다

 

 

하긴 짚신도 지 짝이 있어야 제 맛이듯이

사람도 묘한 정이있어야

제맛인지

어젠 여자가 가까이 있어도

 전혀 여자가  느껴지지않는

그런 하루였다.

설마 내가 늙은 건 아니겠제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