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쓰는 일기

아침에 쓰는 일기 208/ 너거 집에는 신문도 없나

커피앤레인 2006. 11. 4. 11:34

 

19027

너거 집에는 신문도 없나

 

 

 

 

단감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서리가 내리기전에 서둘러 감을 따야했다.

만에 하나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면 감이 얼기 때문에 거의 상품가치를 .잃어버렸다.

때문에 저온창고에 들일 때까지 감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하루도 마음 편하는 날이 없었다.

 

이 놈이 장가를 갔을 당시만 해도 처갓집은 참외와 포도와 복숭아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한데 어느날 과수원이 온통 단감 밭으로 변해버렸다.

나중에 물어보니 수익성이 없어서 수종을 바꾸었다고 하였다.

하기야 1년 내내 고생해서 아무런 소득이 없으면 그만큼 허망한 것도 없을 것이다.

해서, 매년 이맘 때면 마누라는 일손을 거든답시고 시골로 내려갔다.

그가 하는일은 주로 일꾼들 밥해 먹이고 치우고 나중엔 뒷치닥거리하는게 고작이었는데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그것도 엄청난 도움이 되었나보다.

감을 딸때는 거의 보름 이상을 거기에 매달렸는데

농사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 놈도 가뭄에 콩나듯이 산에 올라가 감을 따거나 운반하는걸 도왔다.

한데 직접 산에서 딴 감을 모아 리어카에 싣고 집까지 운반하는게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봐 하루종일 산을 오르락 내르락 했더니

울 장모는 이 놈이 산에 올라오는것 만으로도 무척 신기한가보다.

-우서방.하겠나?하고 자주 물었다.

-아이고.집도 짓는데 이걸 못하겠습니까?하고 막상 말을 했지만

저녁이 되니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았다.

한데 운반이 끝났다고 모든 작업이 다 끝이 난게 아니었다.

선별작업을 또 해야했다.

그 사이 마누라는 부엌에서 저녁준비를 하고있었다.

그나마 하늘같은 신랑이 오니 기분이 좋은지 이건 이렇게 하고 저건 저쪽으로

옮겨놓아야한다고 세세하게 설명을 했다.

 

하지만 감이 아무리 발갛게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어도 이 놈은

아이고 이 감 너무 맛있겠다,,,,,, 하고 생전에 덜렁덜렁 따 먹는 법이 없었다.

대개 도시에서 농촌일 돕는답시고 과수원에 오면 먼저 감부터 한 입 맛본다는데

이 놈은 몇년째 와도 아무리 처갓집이고 마누라가

하나 따 먹어보라고 권해도 함부로 나무에 달린 감을 따먹진 않았다.

그게 처갓집 식구들은 퍽 신기했나보다.

도대체 저 사람은 뭔 재미로 사느냐?고 우리 마누라에게 물었다나 우쨌다나.......

아무튼 웃기는 건 그것만은 아니었다.

원래 조잘조잘 이야기하는 성격이 아니다보니 처갓집에 가도 하는 일이라고는

한쪽 구석에 앉아 신문을 보거나  아니면 신동아를 열심히 들여다보는게 고작이었다. 

그때마다 울장모님은

-야 이사람아 너거 집에는 신문도 없나하고 .......웃었는데

( 마누라는 그게 좀 그랬는지 가끔  옆구리를 쿡 찔렀다.

장인하고 말도 좀하고 같이 맞장구라도 쳐라했지만  요새말로 코드가 잘 안맞는지

한 두마디 하고나면 더이상 이을 말이 없었다)

 

 

사실 이 놈도 누가 말하라고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말 하는걸 좋아하지만  

유독 처갓집에만 가면 왜 그리 할 말이 없는지...............

( 사실 장인어른도 그 바닥에서는 기관장급에 속했다.해서 꽤나 박식했지만

 정서가 서로 다른건지 아무튼 우리는 두 세마듸 하고나면 더이상 할 말이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