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값은 누가 내노
남을 이해한다는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 가다보면 언제까지만 등지고 살 수만도 없는 게 또 사람의 일이었다.
간밤엔 사무실을 나서는데 비가 부실부실내렸다.
딱히 할 일도 없고해서 서분이 집에가서 원두커피나 한잔 할까하고 들어갔더니
정자하고 둘이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오잉! 오빠가 우짠일이요 ?
-커피나 한잔 할려고......
서분이는 월말인데다가 손님도 없으니까 열이 찾는지 어덴가 전화를 딥다하더니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였다.
아마도 남편사업이 망한뒤에 아쉬운대로 남은 돈이라도 좀 받을려고했는지
여기저기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난 모른다는식인가 보다.
여간 분을 삭이지 못하였다.
-나쁜 놈의 자슥들
남의 돈 떼먹고 잘 살줄아나................해사면서 악을 바락바락 썼다.
(원래 정승이 죽으면 사람이 안와도 정승집 개가 죽으면 사람이 온다안하더나 .....그게 세상인심이다.)
그래도 남편 사업 망하고난뒤 뭐라도 해서 먹고 살꺼라고
저 고생을 하는걸 보니 예전에는 꼬라지도 보기싫더만 어젠 쪼매 안스럽기조차하였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소주나 한 잔 할까했는데
_우사장요
-와?
-내 양주 한병 사주면 안되겠능교/
-양주?
-쇠주 먹으면 안되겠나?
-이왕 사주는 김에 양주나 한병 사주소.............................기분도 않그렇고
-알았다.마 .
죽은 놈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그것도 못들어주겠나.
있는 것이라고는 시간하고 돈하고 불알밖에 없는데 정자야! 윈저 큰 병 함 가져와봐라 했더니
위로도 겸해서 서분이 신랑하고 정자하고 넷이서 속타는 얘긴 다 집어치우고
비도 오고 날도 꼽꼽한데 술이나 먹자했더니 나중엔 한 잔이 두 잔되고 두 잔이 석 잔이 되었다.
해서, 윈저12년산 3병을 홀라당 다 비워버렸다.
나중엔 선박회사에 다니는 김이사하고 맹숙이 저거 팀까지 끼어드는바람에
점점 판이 더커졌는데 맹숙이 요년이 그냥 앉기가 멎적었던지
_역시 우샘은 다르네 해사면서.............
남의 마후라 색갈이 죽여준다느니,패션이 한 세련이니 해사면서 알랑방구를 끼는 바람에
술값만 딥다 올려주고왔다 ㅋㅋㅋ
(외상은 소도 잡아먹는다 하더니 내가 간이 배 밖에 나왔나보다)
하기사 20년 인연에 어려울때 꼴랑 양주 세 병 사준다고
인생이 뭐 흔들리겠냐마는....
아무튼 미워도 한세상이고 좋아도 한세상이라는데
다들 맺힌 한들 풀고 서로 서로 도와주면서 잘 살았으면 좋으련만 ...............................................
그게 다들 잘 안되는 모양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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